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지난 2007년 10월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야권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도쿄 아파트’를 고리로 부동산 정책과 친일 프레임을 부각하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14년 전이던 2007년 대통령 선거 판도를 흔든 이른바 ‘비비케이(BBK) 사건’까지 소환됐다.
21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박 후보가 일본에 집을 산 이유로 비비케이 사건 때문에 남편이 ‘사찰’을 당하는 바람에 일본으로 근무지를 옮겼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과 관련해 “사찰이 아니라 검찰 내사였다. 박 후보 남편을 지목한 일이 없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해 3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남편이) 이명박 정권 시절에 BBK와 관련해서 사찰을 받아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일본으로 쫓겨가게 됐다”며 “처음에 몇 개월간 렌트비를 내고 살다가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했다. 2007년 대선 당시 박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민주당의 전신) 의원으로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비비케이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 방어에 나섰다.
홍 의원은 “2007년 12월 당시 김경준(투자자문회사 BBK의 전 대표)이 입국하면 대선판이 뒤집힌다고 모든 국민의 눈은 김경준의 입국에 집중돼 있었다”며 “김경준의 변호사인 심아무개씨와 박 후보 남편이 LA 로펌에 동료로 근무했기 때문에 김경준의 기획 입국에 모종의 묵계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어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취지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바 있다. 대선 후 검찰수사는 박 후보의 남편 관여 여부로 번졌고 남편이 근무하는 법무법인 사무실까지 압수 수색을 하니 박 후보의 남편은 그 법무법인에 근무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일이 그렇게 된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박 후보는 홍 후보를 겨냥한 입장문을 내고 일부 사실에 대해 재반박했다. 박 후보는 “아무 죄 없는 민간인을 내사하고 압수수색한 사실을 실토하셨다”면서 “남편은 미국에서 심 씨 성을 가진 사람과 근무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름을 밝혀달라”고 주장했다. 또 “그 아파트는 지난 2월 처분했다. 재산신고에 들어있는 것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재산신고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 캠프도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은 박 후보가 도쿄 주택을 구입하게 만든 정치적 탄압의 가해자다. 도둑이 몽둥이를 든 격”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박 후보의 ‘도쿄 아파트’를 향해 공세를 폈다.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내가 하면 ‘해외투자’, 남이 하면 ‘토착 왜구’. 당신들의 위선과 이중성이 국민들은 지긋지긋하다”며 “다주택자 국민은 범죄자 취급하며 징벌에 가까운 세금폭탄을 투하하면서 박 후보의 2주택 보유에는 해외투자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배준영 대변인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박 후보의 아파트를 연결해 “박 후보가 국무위원으로서 함께 한 24번의 부동산 정책은 전·월세 사는 서울시민의 ‘내 집 장만’의 꿈을 사실상 좌절시켰다”며 “박 후보의 도쿄 ‘여분 아파트’에 대한 서울 유권자들의 시린 눈빛을 감내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질타했다.
김미나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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