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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원순 피해자 회견에 민주당 ‘곤혹’…국민의힘 “2차 가해자 퇴출”

등록 2021-03-17 15:56수정 2021-03-18 02:45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맨 왼쪽)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피해자는 이날 기자회견 후반부에 참석해 기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을 가졌지만 2차 피해 등으로 사진취재는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진행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맨 왼쪽)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 걸음”'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피해자는 이날 기자회견 후반부에 참석해 기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을 가졌지만 2차 피해 등으로 사진취재는 피해자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진행됐다. 사진공동취재단

4·7 재보궐 선거일을 3주 앞둔 17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기자회견까지 열고 사과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박영선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2차 가해’ 논란 인사들의 퇴출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날 부산을 방문한 민주당 지도부는 피해자의 사과 요구에 곤혹스러운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날 오후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앞에서 ‘공직자 부동산투기 근절을 위한 기자회견’을 한 김태년 원내대표는 박 전 시장 피해자 회견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그것과 관련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답을 피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비슷한 질문은 받은 뒤 “그 내용을 잘 모른다. 좀 보고 말씀 드리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 “오늘 피해자 기자회견과 관련해서 제가 언급할 내용은 없다. 박영선 캠프에서 대응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당에) 입장이 없다기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도부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가운데 의원들이 개인 차원에서 사과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양향자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건 초기 ‘피해 호소인’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에 동의했다. 한 정치인이기 전에 한 여성으로서 피해자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야권은 민주당의 침묵을 비판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듭 압박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박영선 후보는 피해자에 대해 사과했다고 항변하겠지만, 민주당과 박영선 후보 캠프에는 여전히 피해자를 ‘피해호소인’, ‘피해고소인’이라고 불렀던 인사들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 캠프 구성원들의 ‘자진사퇴’”라고 썼다. 같은 당 여성 의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어 “피소예정사실 유출, 피해호소인 명칭, 당헌 개정, 2차 가해 묵인 등 피해자에게 가해진 일련의 일들은 민주당이 피해자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자기방어에 몰두해 벌어진 일”이라며 “인정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정당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잘못한 일에 진심으로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용서하고 싶다’는 피해자의 말에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있게 응답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는 이날 처음으로 언론과 만나 민주당의 성찰과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자신을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했던 의원들에 대해 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하는 한편,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서울시 쪽에 알린 정황이 드러난 남인순 의원에 대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노현웅 오연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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