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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괴롭게 해”

등록 2021-03-17 10:40수정 2021-03-17 11:43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
피해자, 공식 석상서 처음으로 심경 밝혀
지난해 7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앞두고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7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앞두고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그분의 위력은 세상을 떠난 이후로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ㄱ씨는 17일 오전 서울 명동 티마크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7월 고소 뒤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ㄱ씨는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했으나 인사말은 사회를 본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대독했다. 2차 피해가 지속하고 있어서, 신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은 한국여성의전화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더 늦기 전에 말하고 싶다. 그 분의 위력은 그 분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한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 번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ㄱ씨는 “그 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그 무게를 온전히 제가 감내하게 만들었다. 그 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받은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증명하게 될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려워 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를 거쳐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고, 이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는데도 여전히 2차 가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ㄱ씨는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도록 만들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력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피해자와 함께 서울시에서 일했던 동료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 등이 참석했다. 피해자는 기자회견 말미에 등장해 직접 심경을 밝힐 예정이다.

다음은 피해자 인사말 전문.

더 늦게 전에 말하고 싶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분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하여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이 점점 심각한 수준이 되더라도 그 무게를 온전히 제가 감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으로 인해 제가 겪는 피해보다 그 사람이 가진 것을 잃었을 때 제가 직면하게 될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려워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에 그들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저를 괴롭히는 일에 동조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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