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최고 101층 규모 엘시티가 준공을 앞두고 불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열세에 놓인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가 17일 부산을 찾아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투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직원들의 투기 의혹 등으로 고전하는 민주당은 박 후보를 겨냥해 ‘엘시티 특별검사제’ 도입도 제안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는 박 후보는 “성적 안 오르는 학생이 일등의 자리를 빼앗아 보겠다는 심산”이라고 맞대응했다.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부산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지난해 배우자 명의로 엘시티를 구입했고, 딸 부부도 엘시티를 취득했다. 20억 넘는 아파트 2채를 나란히 구입하고 1년도 되지 않아 40억여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된다니 서민들로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며 “박 후보가 떳떳하다면 본인과 직계존비속에 대한 부동산 전수조사를 통해 한점 의혹없이 해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엘시티 사건은 지역 토착 비리 카르텔의 결정판으로, 희대의 로비꾼 이영복에게 로비를 받았던 이명박 정부 당시 정무수석, 국회의원 등이 구속된 사건”이라며 “검찰은 당시 특혜 분양 당사자 41명을 무혐의 처리했는데, 최근 엘시티 특혜 리스트에 부산 지역 유력 인사 100여명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경찰에 제출됐다. 엘시티 특검 도입을 야당에 제안한다”고도 밝혔다. 전날 ‘엘에이치 특검’에 여야가 합의한 데 이어, ‘엘시티 특검’까지 전선을 넓히자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박 후보에 대해 ‘엠비(MB) 아바타’라고도 공격했다. 그는 “최근 법원 판결로 공개된 국가정보원 사찰 문건에 홍보기획관 요청 사항이라고 선명하게 찍혀 있다”며 “명백한 증거 앞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박형준 후보는 엠비 아바타를 보는 듯 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각종 의혹의 백화점으로 지탄받는 박형준 후보는 부산 발전의 짐이 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박 후보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부동산을 포함한 각종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지도자를 뽑으면, 그 조직은 결코 투명한 공직사회가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을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제2, 3의 엘시티 사건이 나오지 말라는 법 없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어떤 불법이나 비리, 특혜도 없었다”며 “지금 거론되는 가족은 저와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완전히 독립된 가정이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금 소명이 모두 가능하다. 저희로부터 한 푼도 경제적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박 후보는 그러면서 “민주당은 네거티브 흑색선전으로 부산 민심을 도둑질 하려 하고 있다. 사찰 공세도 안 먹히고, (내 자녀에 대한) 입시비리, 엘시티 특혜 분양도 가짜 뉴스로 드러나니, 별별 희한한 거짓과 논리를 동원해 네거티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준 높은 부산시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맞섰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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