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9일 제기했다. 오 후보 쪽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여권이 궁지에 몰리자 10여년 전 이미 해명이 끝난 논란을 다시 꺼냈다며 비판했다.
민주당 박영선 선거 캠프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이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했던 2009년 8월 서울시가 국토해양부에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며 “국토부는 관계기관 검토를 거쳐 2009년 10월 당시 오 시장의 가족과 처가가 소유한 4443㎡(약 1344평)의 땅이 대거 포함된 내곡동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엘에이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오 후보 가족과 처가는 2010~2011년 개발제한구역 땅을 넘기는 대가로 36억5천여만원을 보상금으로 받았다. 천 의원은 “내곡동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되기전 2008년 1월에서 2009년 6월까지 인근 땅의 토지거래가는 평균 100만원 내외다. 이것을 감안할 때 오 후보 일가는 소유 땅을 전년도 대비 적게는 2배, 많게는 3개 비싸게 엘에이치에 넘긴 것”이라며 “정황상 오 후보가 당시 처분이 쉽지 않은 가족의 상속토지를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엘에이치에 넘긴 것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0년 전 제가 재선 서울시장 당선될 시점에 나왔던 흑색선전을 똑같은 내용으로 다시 한번 우려먹는 곰탕 흑색선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책선거를 자유당 말기 흑색선거 수준으로 치르려는 박영선 후보의 행태를 보니 정말 다급해진 모양”이라며 “10년 전에 한명숙 후보가 문제를 제기했다가 망신당한 소재를 다시 꺼낼 정도로 자신이 없는가”라며 10년 전의 해명자료를 그대로 올렸다. 이 해명자료에는 “해당 토지는 시장 취임하기 전인 2006년 3월 국민임대주택예정지구에 편입됐고, 2009년 법 개정에 따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편입된 것”이라며 “보금자리주택지구지정의 경우, 그린벨트 해제와 지구지정 결정권한은 서울시가 아닌 국토부에 있다”고 돼 있다.
이를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엘에이치 문제가 선거에 악재가 된다고 해서 이미 정리된 문제를 다시 꺼내 들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뿐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엘에이치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전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건설 예정지 투기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때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류성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리다가, 이번 땅 투기 의혹도 전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상황”이라며 “정말 한 치도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 물타기 중 물타기”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