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손기정 체육공원을 ‘18살 유권자 청소년’들과 방문해 손기정 동상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일 금태섭 무소속 후보와의 ‘제3지대’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국민의힘과의 ‘2차 단일화’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국민의힘이 오는 4일 서울시장 후보를 가리는 경선결과를 발표하면 양쪽의 단일화 협상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최종 경선 방식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3.1운동 정신 계승’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야권 단일후보를 왜 선출하는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며 “서로 생각이 다른 지지층들이 원만하게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단일화를 치르자고 말씀드리려 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된다는 걸 상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선 “제1야당을 중심에 두고 말씀하시는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이번 선거는 야권 전체가 힘을 합치지 않으면 여당을 이기기 힘든 선거”라며 “힘을 합치기 위해 원만하고 아름다운 단일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김 위원장과 만나)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양쪽의 단일화 협상이 본격화하면 단일후보를 뽑기 위한 여론조사 문항 등을 두고 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야권 선두를 달리는 안 후보 쪽에서는 대중적 인지도를 앞세워 ‘당선 가능성’을 묻는 여론조사 문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서 누가 더 당선 가능성이 높은지’를 물을 경우 승산이 높을 것이라는 게 안 후보 쪽 생각이다. 안 후보 쪽은 이미 금태섭 후보와의 ‘제3지대’ 경선에서도 이런 여론조사 문항을 활용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쪽은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소속 정당’을 포함하는 것이 소속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보다는 제1야당의 존재감이 더 높기 때문에 단일후보 경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보수 지지층이 결집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또 여권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결과를 왜곡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별도로 모집한 선거인단에 2차 단일화 투표권을 주는 방안 등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야권 단일후보의 ‘기호’를 두고도 의견 충돌이 불가피해보인다. 안 후보는 최종 단일화에서 이기면 국민의당 기호인 ‘4번’으로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기호 2번 출마를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 뒤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자 “단일화하는 것은 서로의 의견이 맞아야 하지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한다고 될 수가 없다”며 “우리 후보가 확정되면 그다음에 (야권 단일화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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