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4·7 보궐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이 3일 서울시장 야권 후보 ‘제3지대’ 단일화에 합의했다. 이로써 국민의힘 내부 경선과 제3지대 단일화를 각각 진행한 뒤 2차 단일화로 야권의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2단계 경선 트랙이 현실화됐다. 최종 단일화까지 남은 한달 동안 여론의 주목도를 높이고 후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보수 야권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겠다고 결심했다. 금태섭 후보도 같은 심정으로 야권 단일화 제안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안 대표는 “저는 금 후보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의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며 “저희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예비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예비경선 B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금태섭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안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 후보 결정 이전까지 두 사람 사이에 먼저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4일 오후 회동을 하고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간다.
국민의힘도 단일화 2단계론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의원 연석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야권 단일화 문제는 제1야당 국민의힘이 진행 중인 후보 선출 과정을 완료한 뒤에 국민의힘 후보와 제3지대 단일화된 후보와의 최종 야권 단일화를 3월 초에 반드시 이뤄낸다는 데 완벽한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최종 단일화 전이라도 안 대표를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 없다 그때까지는”이라며 “우리 당 후보가 최종 선출 발표될 때까지는 안 대표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올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투트랙으로 진행되는 야권 후보 단일화 작업이 결과적으로 진영 전체에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로써 지루했던 ‘안철수 대 김종인’의 샅바싸움은 일단 정리된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제3지대는 앞으로 한달여 동안 ‘각자 레이스’를 벌이게 됐다. 다음주로 다가온 설 연휴 밥상에 오르기 위한 국민의힘 후보들과 제3지대 후보들의 신경전은 벌써 시작됐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리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금 전 의원도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어 “설 전에 한번이라도 토론하자고 제안한다. 서울시민에게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드리려면 토론이나 얘기 나누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붐업을 하고, 지지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빨리 선거운동 하고, 후보 생각도 룰에 대해서 협상해야 한다”고 재촉했다.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은 야권 최종 경선에서 제1야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3월 초 통합 경선에서) 자신 있다. 시정을 잘하려면 우리 시에 있는 공무원들하고만 일을 해서 되는 것 아니고 국회와도 일을 해야 되고 정부와도 일을 해야 된다. 결국 제1야당 출신이 그런 정치력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훨씬 더 일할 수 있는 힘이 크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같은 느긋한 일정으로 ‘부자 몸조심형’ 경선을 하면 우리 당의 승리는 멀어진다”며 “우리 당 지도부가 결단을 못 내린다면, 경선 후보들끼리라도 만나서 독자적 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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