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류호정(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기본소득당 용혜인,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지난달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농단 판사 탄핵소추안’에 국회의원 161명이 이름을 올렸다. 탄핵안
의결정족수 151명을 여유 있게 넘긴 숫자다. 탄핵안은 4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판사로 기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정의당 류호정, 열린민주당 강민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1일 오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국회의원 161명은 정당과 정파의 구별을 넘어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사법농단 헌법위반 판사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제안했을 때 함께 한 의원은 107명이었다. 그 사이 54명이 추가된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국회의 소추의무를 다하는데 정당과 정파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며 “함께한 4개 정당의 소속 국회의원들은 재판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헌법위반 판사를 걸러내고, 반헌법행위자가 다시는 공직사회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는 재판개입이다. 이들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언급하며 “임 부장판사는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장 뒤에 숨어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재판을 바꾸기 위해 재판절차에 개입하고 판결내용을 수정하는 등 사법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임 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이던 2015년 1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관련해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명예훼손 재판을 앞두고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선고 전 판결 내용을 보고해달라”고 말하고 판결문 작성에 개입했다.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발표했고, 1심 법원은 임 판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명시했다.
발의에 국회의원 161명이 참여한 만큼,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안 표결을 의원들 자유의사에 맡긴다는 입장이지만, 발의안에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름을 올려 사실상 당론에 가깝다.
1일 오후 발의된 탄핵안은 국회법에 따라 2일 본회의에 보고된 뒤 3일 또는 4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3일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되어 있어 현재로선 4일에 표결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1985년 발의된 유태흥 대법원장 탄핵안은 부결됐고, 2009년 발의된 신영철 대법관 탄핵안은 회기가 끝나도록 표결에 부쳐지지 않아 폐기됐다.
다만 임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퇴직을 앞두고 있어 탄핵 소추의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회견을 한 의원들은 “국회는 국회의 헌법상 의무를,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의 헌법상 의무를 마지막까지 다하면 된다”며 “반헌법행위자는 헌법재판을 받아야 한다. 판사도 예외가 아니다. 헌법은 국회에 반헌법행위자에 대한 소추 절차를 진행하라고 명했을 뿐 중도에 포기하라고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안 발의를 거듭 비판하며, 사법부 독립의 훼손을 막지 못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 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사법부 족쇄를 채우기 위해 2월 말 퇴임하는 법관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 수용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 추진하는 사법부 길들이기 협박용”이라고 주장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과 중립을 훼손·방치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소추 발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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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법관 ‘1호’가 필요하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9877.html
법관 탄핵, 무죄판결 받았으니 못한다? 위헌적 주장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115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