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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법관 탄핵, 무죄판결 받았으니 못한다? 위헌적 주장입니다

등록 2021-01-31 15:50수정 2022-08-18 15:43

[뉴스AS]
‘사법농단’ 판사에 대한 첫 탄핵 시도
야권 “무죄판결·사법부 독립 훼손” 반대
헌재는 박근혜 재판 넘겨지기도 전에 파면
유무죄 판단과 탄핵 재판은 관련 없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연합뉴스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탄핵이라는 것은 부당하지 않습니까?”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이렇게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1일 발의하기로 한 것을 겨냥한 반응이었다. 임 부장판사 탄핵 소추는 헌정사상 세 번째 법관 탄핵소추이면서 국정농단 의혹 판사에 대한 첫 탄핵 소추다. 신광렬 부장판사뿐 아니라 야권에서는 이를 두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판사 길들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무죄’면 탄핵소추는 불가능한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니 탄핵소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은 탄핵 제도 취지를 왜곡하는 주장이다. 탄핵은 일반적인 사법절차로는 징계하기가 어려운 대통령, 법관 등 고위공무원에 대해 이들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파면이라는 ‘징계절차’를 확정하는 제도다. 형사재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만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헌법 제65조 제1항에 명시된 것처럼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에 해당하면 된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했을 때에도 유죄판결 유무는 판단의 근거가 되지 않았다. 2016년 12월9일 국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은 박 전 대통령의 유죄판결은커녕, 재판에 넘겨지기도 전에 이뤄졌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쪽은 “국회의 탄핵소추가 검찰 공소장, 신문기사를 증거로 이뤄졌다”며 반박했으나, 헌재는 “탄핵소추 사유는 그 대상 사실을 다른 사실과 명백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 사정이 기재되면 충분하다”며 이러한 주장을 기각했다. 지금은 법관들의 무죄판결을 들어 탄핵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당시 한나라당)도 2003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주도하면서 법원의 판결이 아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판단을 주요 근거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관 탄핵은 사법부 독립성 훼손인가

야당에서는 ‘법관 탄핵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물론 국회가 법관 탄핵을 남용할 경우 사법부 독립이 침해될 수 있다. 하지만 판결문과 대법원 자체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사안은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임 부장판사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행위를 “반헌법적”이라고 명시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는 지난해 2월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대해 ‘재판개입은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직무권한 내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판결을 내리면서도,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직권남용죄는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할 때 성립되는 범죄여서, 애초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임 부장판사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이지, 재판개입 행위 자체는 헌법상 탄핵의 사유인 ‘헌법 위배 행위’라고 본 것이다.

임 부장판사는 2018년 대법원 자체조사에서도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견책이라는 제일 낮은 수준의 처분이 내려져 논란이 됐지만, 사법부 안에서도 임 부장판사의 직무상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인정한 셈이다. 전국 법원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도 2018년 11월 ‘국회가 사법농단 판사들의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임기만료 전 탄핵 가능할까

다만 임 부장판사가 곧 퇴직하는 만큼 탄핵소추가 되더라도 실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임 부장판사는 법관 연임을 신청하지 않아 오는 2월28일 임기만료로 법원을 떠난다.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탄핵소추안 발의·가결하더라도 헌재가 임 부장판사 퇴직 전까지 판단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 임 부장판사가 퇴직해버리면 판사의 파면 여부를 판단하는 게 의미가 없어 헌재가 각하(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탄핵소추안을 받은 헌재가 사안의 중대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집중 심리를 벌여 결론을 내는 게 전혀 불가능한 일정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 대통령 탄핵소추안처럼 사안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데다,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거치며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도 대부분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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