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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장혜영 “피해자란 사실 숨기며 국회의원 소명 다할 길 보이지 않았다”

등록 2021-01-30 21:59수정 2021-01-31 09:02

장혜영 정의당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장혜영 정의당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30일 <한국방송>(KBS) ‘뉴스 9’에 출연해 김종철 전 대표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장 의원은 이번 방송 출연이 “(일상으로 복귀하겠다는) 그런 선언으로 봐도 괜찮을 것 같다”며 “여러분의 걱정, 응원, 위로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추행) 문제를 공개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공당의 대표가 저지른 성추행 문제를 해결하는 길에 있어서 비공개로 해결하는 방법은 아무리 고민해봐도 상상할 수 없었다”고 이번 사건을 공론화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 사람의 피해자인 동시에 대한민국 국회의 국회의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피해자인 스스로를 숨기면서 국회의원으로서 가진 소명을 다 할 수 있는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장 의원은 또 “공개적으로 많이 알려진 성폭력 사건일수록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게 할 것인가가 논의 초점이 되기보다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 피해자는 우리가 정말로 인정할만한 피해자인가’ 이런 데 더 많은 관심이 주어졌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들이 어디에서 실패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장 의원이 자신의 입장문에서 ‘그럴듯한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눈앞의 여성을 동등하게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처참히 실패하는가’라고 밝힌 대목에 대한 설명이다. 이어 장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는 피해자다운 모습이 정해져 있고 가해자는 또 어떤 사람들만 가해를 저지르지 어떤 사람들은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성폭력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편견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를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각에서는 공인으로서의 책무를 생각할 때 가해자를 명확하게 형사고발 해서 법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견해에도 일견 공감하는 바가 있다”면서도 “일상을 회복하는 길에 있어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가져다 줄 여러 가지 고통, 쏟아질 2차 가해와 여러 가지 관심과 끝없이 피해들을 소명하고 설명해야 되는 절차들, 그 지난한 재판 과정에서 겪어야 되는 고통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형사고소의 단계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의원의 의사와 무관하게 김 전 대표를 고발한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고발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그것이 피해자를 존중하면서 성범죄를 없애겠다는 진정한 노력일 수 있겠냐”며 “의사를 존중하지 않은 행동들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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