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을 거둔 피해 아동의 주검이 안치된 경기 양평군 공원묘원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7일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당시 안이한 대응을 했던 경찰의 미흡한 대응 체계를 강하게 추궁했다. 이날 국회에선 여야를 뛰어넘어 철저한 자성과 적극적인 대응 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11시15분께부터 국회에서 진행된 행안위 전체회의는 김창룡 경찰청장,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현안 질의가 진행됐다. 이날 여야 의원은 입을 모아 경찰의 안이하고 소극적인 대응을 질타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을 안 탔으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도 “경찰이 스스로를 검찰의 족쇄에 가둬버린 것 아니냐. 어떤 국민이 경찰 수사를 신뢰하겠느냐”고 꾸짖었다.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은 생후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에게 입양된지 9개월 만에 머리와 복부 등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치료를 받다 숨을 거둔 사건이다. 특히 의료진 등이 3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내사종결 등 처분을 통해 입양 아동을 양부모에게 돌려보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연은 새해 초 <에스비에스>(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전파를 탔고,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른 바 있다.
이날 경찰에 대한 비판은 특히 3차례 학대 의심 신고가 묵살된 과정에 집중됐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신고됐고 구할 수 있었던 아이를 우리 모두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그 생명을 놓쳤다. 졸속으로 중한 처벌 만을 약속할 게 아니라,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며 “특히 경찰의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창룡 청장은 “피해 전력이 있는 아동에 대해서는 학대 전담 경찰관이 사전에 면밀히 살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김민철 민주당 의원은 “다발성 골절 등 부상이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며 “국민들이 ‘정인아 미안해’라고 밝히듯이 김 청장도 (소회를) 말해보라”고 김 청장에게 권했다. 이에 김창룡 청장은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책을 마련하겠다. 국가수사본부와 자치경찰, 국가경찰 등과 긴밀히 협조하고 국회와도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피해 아동의 몸에 있던 멍을 ‘몽고반점’과 혼동해 무혐의로 내사종결했다는 일선 경찰의 판단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김민철 의원은 “멍 자국과 몽고반점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적극적인 조처를 못한 경찰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청장은 “워낙 양부모의 강력한 주장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이를 뒤집을 증거 등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보호자의 말을 너무 쉽게 믿은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이에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어린이집에서 피해 아동이 입양되고 난 직후부터 사진이 계속 찍혀 있다. 날짜에 따라서 피부가 변화하는 게 다 나와 있다. 그런데 이것을 몽고반점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질책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