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인 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하기 위해 현충탑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첫날부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논쟁적 이슈를 던지면서 정치권이 새해 벽두부터 술렁이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야를 떠나 각 당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려 누구도 선뜻 꺼내 들지 못하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 대표는 1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의 ‘사면 발언’에 관해 “정치권이 통합된 힘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라며 “야당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런 흐름을 읽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사면론을 꺼내 든 것이라는 취지다.
이 대표의 ‘승부수’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주당에서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등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당원 게시판에도 “이러자고 촛불 든 것 아니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과 교감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 뒤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크나큰 범죄를 사면하자는 것이고, 범죄를 실행한 하수인들에게도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이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 등을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이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는 정리돼야 한다. 조속한 사면 결정을 기대한다”고 환영했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 임기 내에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대표하는 우리공화당도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반겼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스타일상 이번 발언이 문 대통령과의 교감하에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제 말을 꺼낸 상황이다. 건의가 실제 이뤄져야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노지원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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