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적 중립 시비, 검찰권 남용 논란 등을 불식시킬 생각이 없다면 본인이 (거취를) 선택해야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한 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스타일 쪽에서 아쉽다”고만 했다. 2020년 가을 정국을 달군 ‘추-윤 갈등’에서 추 장관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준 것이다. 이 대표는 윤 총장을 겨냥해 “그 자리에 있는 한 공직자로서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 “검찰 개혁 과정에서 이번 일이 빚어진 것이 본질”이라며 “마치 두 사람의 싸움인 것처럼 비치는 것은 몹시 아쉬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성과 검찰 독립성에 대한 시비를 받는 것 자체가 아쉽다”며 법무부-대검 갈등의 근본 책임이 윤 총장 쪽에 있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윤 총장과 연일 충돌하는 추 장관에 대해서는 “비교적 스타일 쪽에서 아쉽다는 말을 듣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화법 등 ‘태도’ 문제를 에둘러 지적하는 선에 그쳤다. 다만 추 장관이 최근 법률 제정 검토를 지시했다가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부른
‘비밀번호 해제법’에 대해선 “진술거부권과 방어권 훼손이라는 문제 제기에 일리가 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같은 당 소속인 정성호 예결위원장이 최근 추 장관에게 ‘정도껏 하라'고 지적한 일로 열성 지지층의 비난을 받은 것과 관련해선 “같은 당원에게 지나친 상처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친문재인계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유의하겠지만, 그러지는 않는다”고 억울함을 내비쳤다.
부동산 문제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결정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공개 사과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주거 문제로 고통을 겪는 국민께 가슴 아프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며 “가구 분리와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없었다. 정부와 서울시의 가장 큰 패착이 그 점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전세난 대책과 관련해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매입한 주택이나 오피스텔·상가건물을 주택화해서 전·월세로 내놓는다거나 관광 산업 위축으로 나온 호텔을 주거용으로 바꿔 공급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조만간 (정부가)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헌을 고쳐 내년 재보선에 후보를 내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선 “나와 민주당이 비판을 받더라도 유권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선거 전망을 묻자 “서울도 부산도 몹시 힘겨운 선거가 될 것”이라며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선거”라고 답했다.
정환봉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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