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살.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조의를 표했다.
이 대표는 이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며 “그 결과로 삼성은 가전, 반도체, 휴대폰 등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같은 고인의 여러 말씀은 활기 있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도 성찰의 고민을 던져 주었다”고 말했다.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이 회장이 1997년 펴낸 에세이집 제목이다.
이 대표는 “고인은 재벌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혁신적 리더십과 불굴의 도전 정신은 어느 시대, 어느 분야든 본받아야 마땅하다.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정경유착, 무노조 경영 등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들은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허 대변인은 “삼성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며 한국경제 성장의 주춧돌을 놓은 주역”이라면서도 “삼성은 초일류 기업을 표방했지만, 이를 위한 과정은 때때로 초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허 대변인은 “이 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들께 약속했던 ‘새로운 삼성'이 조속히 실현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별세 계기로 삼성과 우리 경제의 새출발, 새질서가 시작되기를 바란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박 의원은 “많은 공과 과가 존재한다”며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의 리더국가로서 반칙과 특혜, 불법으로 얼룩진 낡은 권위주의적 방식의 기업문화와 결별해야 한다. 더는 그런 방식으로는 기업을 성장시킬 수 없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의원
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 사망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한다”며 “국민은 기업가들이 세금 낼 것 내고 감당할 것 감당하면서 기업의 경영권을 유지하고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바란다. 특혜와 특권으로부터 얻어왔던 사적 이익은 내려놓고 국민적 박수와 사랑 속에서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하자”고 적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짧은 논평을 내고 “조의를 표한다”면서도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이라는 초법적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어졌다. 이제 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재벌개혁을 자임하는 국민 속의 삼성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출신 여성 임원인 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의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1987년 회장 취임 후, 자주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오셔서 사원들을 격려해 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반도체 사업은 '양심산업'이라며 '국가의 명운이 여러분 손에 달렸다'라고 사원들 한 명 한 명에게 소명의식을 심어주셨다”고 회상했다. 양 의원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규제를 앞세운 경제 침략에서도,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에서도, 한국판 뉴딜이라는 대한민국 과업 앞에서도, 반도체 패권이 대한민국을 세계에 우뚝 세울 것이다. 반도체인의 신조로 위로의 마음을 대신한다”며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다하라’, ‘서적을 읽고 자료를 뒤지고 기록을 남겨라’ 등 10가지 경구로
된 ‘반도체인의 신조’를 남겼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10일 밤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가 쓰러졌고,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옮겨진 직후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응급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진 이 회장은 심장의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았고, 이후 투병생활을 해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