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 삼성증권이 전반적으로 관여,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뒤 당원과 친여 성향 누리꾼들로부터 거친 항의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 당원게시판과 박 의원의 페이스북에 그를 비난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쇄도하는 가운데 박 의원 개인 전화와 의원실로도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17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 의원을 비난하는 글 수십개가 올라왔다. 대부분 출당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한 권리당원은 “감히 당론을 거역하고 추미애 장관을 폄훼하느냐. (당에서) 내보내자”라고 적었다. “내부총질하는 자는 징계가 필요하다”, “동지들 뒤통수치고 등 뒤에 칼 꽂으니 좋은가”라며 징계를 요구하는 글도 많았다. 한 권리당원은 ‘당 차원의 관리’를 주문하며 “이참에 탈당해서 본인과 결을 같이하는 당을 찾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고 적었다. 개인 페이스북에도 항의 댓글들이 많이 달렸다. 한 누리꾼은 “항상 혼자 튀면서 민주당 덕을 보려 애쓴다. 국민짐당(‘국민의힘’ 비하 표현)으로 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적었다. “혼자 공정한 체하며 조국 장관과 추 장관의 억울할 수 있는 측면에는 태연히 눈감는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역겹다”는 댓글도 있었다.
박 의원 휴대전화와 의원실 전화로도 항의가 쏟아졌다. 이틀간 의원실로 250여통의 항의전화가 걸려왔고, 박 의원 개인 휴대전화로도 항의 문자 400여개가 들어왔다고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항의전화의 8할이 욕설이다. ‘왜 내부총질하냐, 박용진은 군대 다녀왔냐, 아들들은 군대 갔냐, 당신이 뭔데 민주당을 대표해서 사과하냐’ 등의 내용이다”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항의전화나 문자는 국민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얼마든지 듣고 읽을 의향이 있다. 그러나 의원실로 전화를 해 직원들에게 다짜고짜 욕을 하고 괴롭히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리며 당내에서도 소수의견을 자주 내는 의원 중 한명으로 꼽혀왔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 금 의원은 경선 탈락했고, 김해영 의원은 낙선했다. 이런 영향 탓인지 21대 국회에서는 논쟁적인 현안과 관련해 당 주류나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6일 <기독교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역린이다. 그래서 예민하게 다뤄져야 하고 낮은 자세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불법이다, 아니다’ 이렇게만 바라보고 있는데, 국민에게 의혹 자체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군대 다녀온 평범한 청년들에게도 그들이 갖는 허탈함에 대해서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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