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뒤 국회를 떠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아들의 군 복무를 둘러싼 의혹 제기에 침묵을 지켜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페이스북에 유감을 나타내는 글을 올렸다. 국회 대정부 질문을 하루 앞두고 대국민 호소문 형식의 글을 발표한 것은 야권의 공격 예봉을 꺾고, 아픈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의 안타까움을 호소해 동정 여론을 불러일으켜 보려는 의도로 읽힌다.
추 장관이 올린 글에는 악화된 여론을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위한 몇가지 포인트가 담겨 있다. 가장 앞세운 건 아픈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정치하는’ 어머니의 모성애다. 추 장관은 “제 아들은 입대 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도 엄마가 정치적 구설에 오를까 걱정해 기피하지 않고 입대했다”며 “아들에게 혼자 헤쳐나가도록 키워왔지만 늘 이해만 바라는 미안한 어미”라고 적었다.
추 장관은 배우자가 장애인이라는 사정도 함께 공개했다. 그는 “제 남편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그런 남편을 평생 반려자로 선택하며 제가 불편한 남편의 다리를 대신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아들마저 두 다리를 수술받았다. 어미로서 아들이 평생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지는 않을까 왜 걱정이 들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추 장관은 아들의 병가 연장과 관련해 자신의 보좌관이 카투사 장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일각의 의심대로 불법이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검찰의 수사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을 합법·불법의 형사법적 판단 문제로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추 장관은 이어 “거짓과 왜곡은 한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는 없다. 검은색은 검은색이고 흰색은 흰색”이라고 적었다. 기준이 모호한 ‘도덕성 시비’로 논란을 이어가지 말고, 명확한 법적 프레임으로 사안의 ‘유무죄’를 가려보자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검찰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을 다시 내건 것은 충분히 예고됐던 바다. 추 장관은 “그 어떤 역경 앞에서도 원칙을 지켜왔다. 이 원칙은 지금도, 앞으로도 목숨처럼 지켜갈 것”이라며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검찰개혁을 지지해온 범여권 유권자층을 결집해 위기 돌파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추 장관의 메시지에 대해 여권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 국민들을 걱정하게 해서 죄송하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대정부 질문을 앞둔 시기이기도 하고 국민 정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에 열린 최고위원 간담회에서는 이 메시지를 두고 ‘추 장관이 이런 표현까지 담아 사과를 하다니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야권은 여론 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추 장관이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인간적인 고민이 많았고, 이겨내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깊은 위로의 말씀 드린다”면서도 “다만, 우리는 기회가 평등한지, 과정은 공정한지, 결과는 정의로운지 묻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현웅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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