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메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 상임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고발장을 들고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총선 때 10억원 안팎의 재산을 신고에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회의원 재산 등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9일에는 조 의원이 여당 의원 여럿의 재산 신고 누락 의혹을 제기했고 10일 민주당은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4억여원의 예금성 재산을 총선 당시 신고에서 누락했다고 지적하며 공방을 이어갔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보험을 일부 누락하는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선거 기간에만 후보자의 재산을 공개하는 현행 제도를 당선자에 한해 선거 이후에도 계속 공개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 의원의 검찰 고발과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성명을 지난 9일 내기도 했다.
실제 21대 총선을 전후해 국회의원들이 신고한 재산 규모는 큰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가 21대 국회 신규 등록 의원 175명의 총선 전후 재산 등록 내역을 분석해보니, 신고액이 10억원 이상 늘어난 의원은 모두 15명이었다. 재산 증가 규모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의 86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288억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172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등록 재산 증가는 총선 2개월 뒤인 지난 6월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비상장주식을 액면가가 아닌 실거래가 또는 별도 평가 산식을 통해 산출하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총선 전 18억1천만원이었던 비상장주식 평가액이 858억7313만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한 의원과 이 의원 역시 같은 이유로 각각 주식 평가액이 각각 287억원, 168억원 늘었다.
총선 전에는 고지하지 않았던 직계 가족의 재산을 추가로 등록하면서 재산 총액이 늘어난 경우도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전후 신고액이 14억3002만원 증가했는데 이 중 9억1156만원이 새로 등록한 자녀의 재산이었다.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부모의 재산 9억5069만원을 새로 등록하면서 신고 총액이 12억5407만원 늘었다.
자산 가치 상승으로 신고액이 증가한 경우도 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재산이 17억원가량 늘었는데 이 중 11억7천만원가량이 부동산 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아버지로부터 4억8304만원 규모의 부동산을 상속받아 재산이 늘었다.
신고 방식 변동과 가족 재산의 추가 등록으로 발생한 재산 증가에는 법적·윤리적 문제가 없다. 하지만 김홍걸·조수진 의원은 거액의 분양권이나 현금 재산을 누락한 것이어서 고의성이 드러나면 사법 처리를 피하기 어렵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국회의원 후보자가 재산을 거짓으로 기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재산 허위 등록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누락을 알고도 등록하지 않았다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 부분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관위는 김홍걸·조수진 의원 등 재산을 누락해 신고한 의원들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가 다음달 15일로 끝나는데다,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어 고발이 되더라도 정상적인 수사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환봉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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