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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미래통합당은 정말 태극기 부대와 결별할까요?

등록 2020-08-28 16:39수정 2020-08-29 02:30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최근 ‘태극기 세력’과 결별을 주장한 이들은 앞으로 어떤 조치를 할까.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최근 ‘태극기 세력’과 결별을 주장한 이들은 앞으로 어떤 조치를 할까. 연합뉴스

“극우는 우리와 다르다.”

지난 25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발언입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월15일 광화문 집회에 대해 “국민들은 같은 보수 계열 아니냐고 뭉뚱그려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이나 당은 우리와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개별 의원들의 광화문 집회 참석까지 막을 수는 없다던 기존 방침보다 더 적극적으로 거리두기를 택한 겁니다. 과연 통합당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태극기 부대’와 단절할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정치부에서 미래통합당을 출입하는 이주빈입니다. 통합당은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지 않았고 현역 의원 참여가 거의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태극기 부대’와 통합당의 관계를 잘 아는 국민들은 이들을 떼놓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많은 의원이 ‘태극기 부대’를 적극적으로 껴안고 이들의 집회에 동참해왔기 때문입니다. “‘태극기 부대’를 당에 포용해야 한다”’(전원책 당시 조직강화특위 위원)는 발언이 있었고, 김진태 전 의원의 지난해 전당대회 출마를 계기로 ‘태극기 세력’ 수천여명이 통합당에 입당했습니다. 황교안 전 대표는 전광훈 목사와 함께 행진하기도 했지요. 이런 밀착 관계는 올해 총선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과는 참패였죠.

길게 보면 결별을 위한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5월 말 출범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강경 우파 대신 중도층 잡기를 택했습니다. 통합당은 장외가 아니라 원내 투쟁을 방침으로 정했고 ‘기본소득’을 앞세운 새 정강·정책도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경제민주화’ ‘노동 존중’ ‘양성평등’ 등도 담겼습니다. 특히 호남 끌어안기에 공을 들였습니다. 새 정강·정책에 5·18 정신 계승을 명시했고, 호남 제2지역구 갖기 운동 등도 시작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며 울먹였죠.

성과도 있었습니다. 탄핵 사태 이후 약 4년 만에 정당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선 건데요, 이 지지율은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거치며 2주 만에 역전됐습니다.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의 코로나19 확진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입니다. ‘태극기 부대’와 연결되면 중도층은 통합당에 등을 돌린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거죠. 주 원내대표가 최근 극우와 강한 선 긋기에 나선 이유입니다. 당에서도 “우리 내부의 잘못된 과거는 다 폐기해야 한다”(하태경 의원), “통합당의 미래는 극단적 ‘태극기 세력’과의 결별 여부에 달려 있다”(김근식 경남대 교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주장이 나옵니다.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민경욱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날더러 극우라네. 정통 우파 통합당 당원들이 말랑말랑하게 보이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무엇보다 아래로부터 반발이 거셉니다. 실제 의원들은 “우리가 뽑아준 거 아니냐” “그런다고 지지율이 오를 것 같냐” 등 강성 지지자들의 항의에 시달렸습니다.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실리를 위해서라도 극우와 거리를 두는 게 당연한 과정”이라며 “티케이(TK) 강경 보수층과 호흡을 맞춰온 현역 의원들이 있다. 이들이 시류에 맞춰 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태극기 부대’와 이를 지지하는 당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탈당을 불사하겠다”고 외치고 있어 이 작업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통합당이 네번의 선거에서 연속 패배한 이유는 국민들이 ‘통합당의 민주주의’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문을 지우기 위해선 ‘태극기 세력’과 단절하는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과연 가능할까”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극우와의 결별은 아직 ‘말’뿐입니다. 당내에서는 원외의 ‘친태극기’ 성향 당협위원장들을 겨냥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데요, 그렇게 되면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통합당 당협위원장 김진태·민경욱 전 의원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그런 사람들은 무시해버리면 된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고, 당 관계자도 “그런 방침은 아직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통합당은 과연 ‘태극기 부대’와 결별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극우 세력의) 극단적 주장을 그냥 둘 게 아니라, 우리 생각과 다르다는 걸 분명히 밝혀야 중도층이 통합당을 지지할 수 있다는 조언을 많이 받고 있다. 그쪽으로 방향을 잡아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주 원내대표의 말처럼 아직은 ‘방향’에 불과합니다.

이주빈 정치부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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