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부동산법을 둘러싸고 불꽃 튀는 찬반 토론을 벌였다. 최근 화제가 된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5분 자유발언’ 여파로, 통합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다 퇴장했던 지난달 30일 본회의 때와 달리 회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논리적이고 차분한 태도로 반대토론에 나섰다.
이날 오후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후속 3법과 △7·10 부동산 대책에 따른 부동산법 11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감염병예방법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최숙현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통합당은 본회의장을 떠나는 모습이 ‘몽니’로 비칠까 우려해 회의 내내 자리를 지켰다. 대신 통합당은 최숙현법과 정부조직법 등 ‘비쟁점’ 법안 처리에만 참여하고 공수처 후속 법안과 부동산법은 표결을 거부했다.
앞서 ‘윤희숙 효과’를 톡톡히 본 통합당은 법안마다 반대토론을 신청해 차분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여권도 찬성토론으로 반격에 나섰다. 특히 부동산 정책의 후속 법안인 소득세법, 법인세법, 종부세법이 상정되자 추경호 통합당 의원과 박홍근 민주당 의원,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4명이 발언자로 나섰다.
추 의원은 부동산법의 내용과 처리 절차를 모두 지적했다. 추 의원은 “정부가 같은 내용의 법안을 입법예고 중이고 세금 부과 시기도 내년 6월인데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힘으로 오직 청와대 하명에 따라 군사작전 하듯 속전속결로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물론 악성 투기꾼에 대해서는 법체계에 따라 엄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적법하게 취득한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선의의 임대 사업자들을 갑자기 다주택 투기꾼, 범죄자로 규정하며 징벌적 과세를 하겠다고 하니 분노하며 ‘나라가 네 거냐’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마찬가지로 부동산법 찬성토론에 나선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과거 보수 정권을 겨냥했다. 박 의원은 “2005년 참여정부에서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강화한 종부세 등 조세금융정책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대폭 완화됐다”며 “이 대통령은 취임 동시에 거의 종부세를 무력화했고, 박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전면 폐지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3년 동안 뭐 했느냐”며 소리쳤다. 박 의원이 “아파트 공급만 늘리면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단순억지와 무지몽매 도그마에서 제발 벗어나라”고 촉구하자 통합당의 야유와 민주당의 박수가 동시에 터지기도 했다.
이날 여러 의원이 ‘제2의 윤희숙’ 자리를 노렸지만 정작 이목을 끈 사람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었다. 용 의원은 윤희숙 의원의 ‘5분 발언’ 도입부를 차용해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며 찬성토론을 시작했다. “결혼 3년 차로 전세 자금대출을 받아 은평구 빌라에 살고 있다”는 용 의원은 통합당에 “쪽방·고시원·옥탑방과 같은 4평짜리 최저 기준의 삶을 사는 국민의 대표자가 되어달라. 23억원 불로소득 아까워 말고 수십년 월급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서민의 대표자가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용 의원은 여당에도 “오늘 이 정도면 ‘평생 집 노예로 사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시냐”며 추가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용 의원의 발언이 끝나자 민주당 쪽에서는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표결이 모두 끝난 후 여야 의원들이 5분 자유발언을 시작했다. 첫 주자로 전주혜 통합당 의원이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은 대거 본회의장을 떠났다. 전 의원은 임대차 3법과 부동산 세법을 언급하며 “3분 즉석요리하듯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법률전문가인 제가 보기에) 지금은 (발의한 법안들이) 날음식 같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꼼꼼하게 법안을 검토하고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등을 거쳐서 다듬어지고 익혀져 완성품의 상태로 국민들에게 선보여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국회에서 통과한 임대차 3법 그리고 부동산 세법에 과연 국회가 최선을 다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지혜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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