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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추미애 “윤석열, 내 말 안들어 일 꼬이게 했다” 작심 비판

등록 2020-06-25 21:13수정 2020-06-26 02:43

공수처 공청회에서 ‘파사현정’ 언급
“검찰이 선택적 수사” 강력 질타
초선 강연선 “내 지시 잘라 먹어”
여권선 ‘존재감 드러내기용’ 분석
일부 ‘진영논리로 흐를라’ 우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공수처 설립준비단 주관으로 열린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공수처 설립준비단 주관으로 열린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축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정면으로 겨눴다. 추 장관은 이날 윤 총장의 핵심 측근으로 검-언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법무부의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독설도 거침없었다. 그는 이날 오전 ‘선진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파사현정’(사악하고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사자성어)을 언급하며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 장관은 “검찰 스스로가 정치를 하는 듯 왜곡된 수사를 (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파사현정’의 정신에 부합하는 공정한 검찰권의 행사가 있었는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엔 발언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그는 민주연구원이 주최한 초선의원 혁신포럼 강연에서 최근 윤 총장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위증교사 의혹’ 진정 사건을 대검찰청 인권부장에게 총괄하라고 지시해 갈등을 빚은 것을 언급하며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 총장이)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말 안 듣는 검찰총장과는 일해본 적이 없다”며 “검찰청법에는 장관이 총장에게 구체적인 지휘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추 장관의 이런 행보는 법무부와 검찰의 ‘협력’을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는 사뭇 다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제6차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을 향해 “‘인권수사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대로 서로 협력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추 장관의 ‘강공 모드’를 놓고 문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심전심 자연스럽게 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지점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반응할 일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의 생각과 다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장관과 총장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추 장관은 이날 포럼이 끝난 뒤 당시 문 대통령의 ‘협력’ 당부에 대해 “인권수사 제도 개선을 협력하라는 것이지 이 사건(한명숙 진정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또한 한 검사장의 감찰을 착수한 데에 대해서도 “검사장이 보직에 충실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했기 때문에 인사조치했고, 검찰 자체 감찰로는 제대로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동안 이어진 추 장관의 행보를 두고 여권에서는 정치적 존재감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하루 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미진한 검찰개혁을 질타하면서 추 장관과 설전이 오갔는데, 그게 추 장관에게는 자극이 된 것 같다”며 “검찰 개혁 임무 완수에 더해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강한 발언을 이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법사위원도 “윤 총장이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권력의 핵심은 강하게 수사하면서 막상 자기 측근에 대해서는 ‘자기 식구 감싸기’로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걱정스러운 게, (추 장관이) 지금처럼 날을 세우면 실질적 효과보다는 오히려 정치행위처럼 비치고 진영논리로 흘러가면서 기존의 옳고 그름이 사라지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법무부 쪽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2016년 ‘주식 대박’ 의혹이 불거졌던 진경준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내고 감찰에 착수한 사례를 들며 추 장관의 감찰 지시가 전례 없는 조처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수사가 ‘측근 봐주기’라는 의심을 사지 않도록 진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지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황금비 김태규 서영지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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