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왼쪽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감싸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법무부 감찰관실에 직접 감찰을 지시한 것이다. 윤 총장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전문수사자문단(수사자문단) 소집을, 신청 권한이 없는 피의자의 ‘진정’을 수용해 결정하는 등 한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사건 지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25일 한 검사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내고 한 검사장의 비위에 대해 직접 감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사안을 재가받고 곧바로 언론에 공개했다. 법무부는 앞서 윤 총장에게도 인사 내용을 알렸다고 밝혔다. 검사에 대한 감찰 우선 권한은 대검찰청에 있기 때문에 이번 조처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법무부는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여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은 직접 감찰할 수 있도록 한 법무부 감찰규정을 제시했다. 단, 법무부의 감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검사장을 징계하려면 감찰 뒤 윤 총장이 검사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청구해야 가능하다.
추 장관의 이번 조처는 전날 ‘법의 날’ 기념식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각종 예규 또는 규칙을 통해 위임 취지에 반하도록 (하고 있다).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벌이고 있어 대단히 유감”이라며 윤 총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이 피의자로 전환된 이달 4일부터 대검 부장회의에 지휘를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0일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했다. 이를 두고 윤 총장이 수사 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면서도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아직 수사자문단 구성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이 한 검사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직접 감찰을 지시한 것은 윤 총장에게 수사 과정의 공정성을 유지하라는 우회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한 검사장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등에 참여하며 윤 총장과 손발을 맞춰온 최측근이다. 한 검사장은 이날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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