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윗줄 왼쪽부터),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아랫줄 왼쪽부터),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각각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시작부터 파행이다. 국회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법제사법위원회 등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불참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18개 상임위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6개 상임위에 통합당 의원을 강제배정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박 국회의장은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관련기사 3·4면
국회는 이날 저녁 본회의에서 법제사법·기획재정·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보건복지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표결에는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 범여권 의원 187명이 참여했다. 국민의당 소속 3명은 불참했다. 박 의장은 표결에 앞서 “일주일 동안 본회의를 2차례나 연기하며 협상을 촉구했고 저 자신도 깊은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코로나19와 남북관계의 위기 앞에서 정치권의 어떠한 사정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민생을 돌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건 없다”고 강조했다. 여야 협상이 원구성 시한을 넘어 공전을 거듭한 만큼, 18개 상임위 가운데 현안과 관련된 상임위원장이라도 먼저 뽑아 국회 운영을 시작하겠다는 취지였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서는 전체 상임위원 명단을 정당으로부터 제출받아야 했지만, 통합당은 이날까지 위원 명단을 내지 않았다. 박 의장은 결국 이날 위원장을 선출한 6개 상임위에 위원을 강제 배정했다. 이 또한 초유의 일이다.
기재위원장에는 윤후덕 민주당 의원(3선)이, 보건복지위원장과 산자위원장에는 각각 한정애(3선)·이학영(3선) 민주당 의원이 선출됐다. 남북관계에 대응할 외교통일위원장에 송영길 의원(5선)이, 국방위원장에는 민홍철 의원(3선)이 뽑혔다.
원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법사위 위원장에는 법조인 출신이 아닌 윤호중 민주당 의원(4선)이 선출됐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전까지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 의장은 법사위원장 선출에 앞서 “민주당은 체계·자구심사권을 활용한 법사위의 월권을 막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제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체계·자구심사 권한을 법사위에서 떼어내는 국회법 개정을 주문한 것이다.
정국 경색은 불가피해 보인다. 통합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 국회 중앙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민주당을 성토했다. 상임위원장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948년 제헌국회 이래 상대 당 상임위원들의 동의 없이 강제로 배정한 것은 헌정사 처음이다. 18개 상임위원장을 다 내놓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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