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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끝내 금태섭 징계한 민주당, 당 안팎 ‘소신에 재갈’ 우려

등록 2020-06-02 20:09수정 2020-06-03 09:16

“공수처법안 표결 기권, 당론 위반”
양심적 표결에 이례적 ‘경고’ 처분
금 “민주정당 가치 위배” 재심 청구
이해찬 대표 “가장 낮은 징계” 강경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표결에서 기권한 금태섭 전 의원에게 경고 처분을 내린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소속 국회의원이 당론에 따라 투표하지 않았다고 징계를 내린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177석으로 몸집을 불린 집권여당이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소속 의원들의 긴장감 고취를 위해 ‘본보기성’ 징계를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이날 확보한 금 전 의원에 대한 심판결정문을 보면,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지난달 25일 “징계 혐의자가 자신의 소신을 이유로 공수처 법안의 표결 당시 기권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는 ‘당의 강령이나 당론에 위반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금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한 것은 당론 위배라는 것이다. 당시 공수처법은 재석의원 177명 가운데 찬성 160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공수처법 찬성은 ‘강제적 당론’으로 ‘권고적 당론’이었던 공직선거법 찬성과 무게가 달랐다. 당원들의 징계 청원이 있었던 만큼 처분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응은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정이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원이 자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당이 징계하는 건 본 기억이 없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표결에 불참해 통과가 확실시되던 상황에서 ‘소신’에 따라 기권표를 던진 행위에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다는 당내 의견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아무리 당론이라도 법안에 부분적 문제가 있으면 기권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식이면 의원들이 소신을 펼치는 데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금 전 의원은 표결 전 이인영 당시 원내대표에게 ‘법안이 부결될 위험이 있으면 찬성하고, 통과가 확실시되면 기권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오후 당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제가 검찰개혁 자체를 반대했다면 당의 가치나 목표와 다른 길을 걸었다고 비판받을 수 있지만 검찰개혁의 구체적 방향에 대해 일부 이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것은 민주정당의 가치에 반하는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권고적 당론은 반대하되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가 있지만, 강제당론은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것이다. 윤리심판원의 경고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라며 징계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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