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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의료계선 실효성 없다는데…보수 야권 ‘중국발 입국금지’ 되풀이

등록 2020-02-24 21:21수정 2020-02-25 02:11

대중의 불안·혐오 정서 편승
정부 책임론 부각 의도인 듯
배재대학교 대외협력팀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들머리에서 이날 중국에서 입국한 유학생들에게 새 마스크와 장갑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중국에서 착용하고 온 마스크, 장갑 등을 모두 버리고 체온 측정을 받은 뒤에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인천공항/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배재대학교 대외협력팀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들머리에서 이날 중국에서 입국한 유학생들에게 새 마스크와 장갑을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은 중국에서 착용하고 온 마스크, 장갑 등을 모두 버리고 체온 측정을 받은 뒤에야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인천공항/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보수 야권이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처를 거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야권의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책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대중의 불안 정서에 편승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사실상 현실화됐다. 다시 한번 중국발 입국을 금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것이 거의 유일한 대책이다”라고 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즉각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처를 취하라”며 “중국 일반인들은 거리를 활보하는데, (중국인) 유학생만 기숙사격리·자가격리 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다. 더는 중국 눈치 볼 것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중국 국적자에 대한 입국 금지 조처를 내리지 않아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중국발 입국자 전면 제한’ 같은 조처가 실효성을 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종헌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중국과 매우 가깝고 교역 규모가 큰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봉쇄 전략을 구사하는 게 어렵다. 굳이 하려면 내국인까지 모두 입국 금지를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텐데 (이미 입국자가 하루 3만명 수준에서 3천명 정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도 “실제 중국 관련 입국 제한을 한 나라 중 완벽하게 유입을 차단한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고, 현재 국내 상황은 환자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단계를 이미 지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외국인 입국 금지 같은 문제로 논란을 벌이기보다 국내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빠른 진단과 격리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지난달 말부터 일찌감치 중국 직항 항공편을 중단하고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 이탈리아나 이달 초부터 중국 전 지역의 외국 국적자 입국을 차단한 싱가포르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주장에 힘을 더한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중국발 입국의 경우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특별검역 절차가 이루어지고 있어, 추가적인 입국 금지를 검토하는 것보다는 현재 수준에서 위험 요인 유입을 차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예민한 문제인 만큼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대신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과 관련해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는 등 이미 실효적으로 80% 정도의 (중국인) 출입국자가 통제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어떤 조치를 하면 상호주의가 작동되는 경우가 자주 있어서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어 “우리 학생들도 중국에서 많이 공부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선 중국인 유학생을 보호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유경 최원형 박수지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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