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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국 전역 입국금지’ 논란, 현시점에 적절치 않다

등록 2020-02-24 18:45수정 2020-02-28 17:53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 1만여명이 입국할 예정인 이번주를 ‘집중관리 주간’으로 정해 특별관리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공동취재사진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 1만여명이 입국할 예정인 이번주를 ‘집중관리 주간’으로 정해 특별관리 체계를 가동하기로 했다. 공동취재사진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가 11년 만에 ‘심각’으로 격상된 가운데 또다시 ‘중국인 및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매일 확진자가 급증하는 불안 속에 ‘최대한 감염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 과학적 근거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지역사회 감염 대응에 총력을 쏟아야 할 시기,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이 문제를 과도하게 쟁점화하는 것은 위기에 편승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미래통합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연일 ‘정부의 늦장 대응으로 사태가 확산됐다’며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처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근거가 빈약하다. 24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외 유입 사례가 31번째 환자 이후 확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며 현재 확진자의 75%가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 관련자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국 국적 감염자는 6명인데, 이들이 직접 감염시킨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1~2명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전면 입국제한 조처를 거론하는데, 설사 우리가 미국과 같은 시기(한국시각 2월3일)에 시행했다 해도 그 6명 중 1명만 차단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이탈리아, 이란 등 각 대륙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산이 번지는 단계다.

엄밀히 보면, 중국인이나 중국에서 온 외국인과 한국 감염자 폭증 사이의 연관성은 아직 입증된 게 없다는 뜻이다. 지금 분명한 것은 신천지교회나 대남병원 사례에서 보듯, 굉장히 밀집한 공간에서의 사람 간 접촉이나 건강취약층 간의 감염력이 몹시 높다는 점일 것이다. 강도 높은 조처는 예상되는 위험에 최대한 비례하는 게 원칙이고, 그런 점에서 ‘전면 입국제한’ 같은 국가 간 조처는 신중을 기하는 게 마땅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 대응에서 국경 폐쇄나 이동제한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해온 것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자칫 인종주의 같은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볼라와 사스 창궐 시기에 이동제한 등은 극히 단기간만 효과가 있을 뿐, 전체 발병 수와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국외 연구 결과들도 있다.

중국에서 매일 ‘특별 입국절차’를 거쳐 들어오는 이들 가운데는 한국인도 상당하다. 검역과 자가격리, 자기진단 철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특정 국가나 지역보다 ‘사람’에 따라 위험도를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며 지역사회 피해 최소화에 집중할 때라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인에 대해 격리나 입국거부를 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데, 과잉조처는 그들 국가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우리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종식이 멀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낸 건 성급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전역 입국제한’ 조처는 별개 문제다. 미래통합당은 국회 코로나 특위 설치 과정에서도 ‘우한’이란 지역 명칭을 고집하며 구성을 지연시킨 바 있다. 또다시 실효성도 현실가능성도 낮은 주장으로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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