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019년 5월3일 오전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 행사를 마친 뒤, 시민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역사로 이동하고 있다. 그해 2월8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5·18을 “폭동”이라고,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표현했지만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을 회고하며 “무슨 사태가 있었다”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이를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역사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발언은 종로 출마를 선언한 황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모교인 성균관대 앞 한 떡볶이집을 찾았을 때 나왔다. 그는 대화하던 중 “여기서 학교에 다녔다.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1980년. 그래서 학교가 휴교 되고 이랬던 기억이…(있다)”라고 회고했다. 5·18민주화운동을 ‘휴교의 원인이 된 무슨 사태’ 정도로 거론한 것이다.
황 대표는 10일에도 서울 종로구에서 당원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980년 사태’ 발언과 관련해 질문을 받고 “80년도에 제가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그때의 시점을 생각한 것이지, 광주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1980년 당시 휴교 상황과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이 없다는 뜻으로 한 설명이지만, 그 자체로 설득력도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한국당이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한 ‘5·18 망언’ 토론회로 보수층에게서조차 거센 비판을 받았다는 점을 지목하며 이번 황 대표 발언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논평을 내어 “1980년은 유신헌법 폐지 등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전국 각지에서 발생했고, 광주에서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해”라며 “황 대표는 ‘사태’라는 군사정권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며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기로 한 모양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을 ‘무슨 사태’라고 지칭하면서, 상식에 미달한 역사인식을 보여주었다”며 “1980년 5·18 민주화운동도 모르는 황교안은 공당의 대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에서도 날 선 목소리가 나왔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5·18 망언 3인방’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결국 당 대표가 가진 5·18의 역사인식 때문으로, 당 대표의 의지가 국민들의 제명 요구를 뭉개고 오히려 이들을 감싼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며 “광주 폭동”이라고 했던 이종명 의원이 여전히 한국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고, “유공자 괴물 집단”이라고 했던 김순례 의원도 최고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무얼 바라겠나. 원래 그런 사람인지 알고 있으니 화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유경, 광주/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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