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인근 분식점을 찾아 상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사태로 표현해 5월단체와 정치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5·18기념재단,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황 대표는 전날 선거 유세를 위해 찾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 떡볶이집에서 “1980년, 그 때 뭐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1980년. 학교가 휴교되고 뭐 이랬던 기억도 그러네요”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77학번인 황 대표는 모교 앞을 잠시 들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교에 대한 추억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는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로 각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졌던 상황을 떠올리며 5·18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사태’는 보수세력이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황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지역 정치권에서는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위원장 송갑석 의원은 10일 성명을 내어 “제1야당 대표에게 5·18 민주화운동은 1980년에 일어난 ‘하여튼 무슨 사태’에 불과한가. 지난해 5월 광주를 방문해 ‘상처가 치유되고 시민들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광주를 찾고 시민들을 만나겠다’고 한 발언도 한낱 입에 발린 거짓말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5월 단체는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한 채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은 “망언을 한 소속 국회의원 3명의 징계도 안 했는데 무얼 바라겠나. 원래 그런 사람인지 알고 있으니 화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미 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된 5·18을 사태로 표현한 것은 황 대표가 어떤 역사적 의식을 가졌는지 보여준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인물인데 분노를 넘어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 마저 든다”고 밝혔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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