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주최한 구멍난 군사경계! 청와대 은폐조작! 文정권 규탄대회가 23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의 요구로 지난주 소집된 6월 임시국회가 23일 한국당의 ‘위원회 선별 참여’ 선언으로 부분 정상화될 전망이다. 한국당이 이날 참여 의사를 밝힌 위원회는 검찰총장·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잡힌 법제사법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북한 어선 입항 사건’ 유관 위원회인 국방위·정보위·외교통일위 등 대정부 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만한 상임위들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24일로 예정된 국무총리 시정연설에는 불참을 선언하며 그 책임을 여당으로 돌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어 “이 정권의 폭정과 일방통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국회는 정상화되지 않더라도 한국당은 국회에서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상임위 선별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와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북한 어선 입항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붉은 수돗물 사태’를 따질 상임위에 참석하겠다며 당 소속 상임위원장과 간사단 회의를 소집했다. 장외에서 벌이는 대정부 투쟁과 병행해 국회 안에서 정부·청와대를 상대로 대대적 공세를 펼치겠다는 뜻이다.
한국당이 열겠다고 한 상임위는 인사청문회가 걸린 2곳에, 북한 어선 입항 사건과 관련된 국방위·정보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외교통일위·운영위와 수돗물 사태를 다룰 환경노동위·행정안전위까지 모두 9개다.
한국당은 이날 북한 선박 입항을 ‘정박 귀순 게이트’로 규정짓고 국정조사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을 군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 지도부는 24일 오전 동해 삼척항과 인근 군부대를 방문해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도 할 계획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구멍 난 군사경계! 청와대 은폐조작! 문 정권 규탄대회’에서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안보실장, 외교·안보진용을 전부 교체하라”며 “지금 이 나라 안보를 이렇게 만든 9·19 남북군사합의를 즉각 무효로 하고 문 대통령은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이처럼 정부 공격의 호재로 삼을 만한 상임위에는 ‘입맛대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도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24일까지 여야가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의 추경안 시정연설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일방적인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은 헌정 사상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며 “만약 추진된다면 앞으로 더 강력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한국당의 ‘선별 복귀’ 선언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머지 정당들이 반쪽짜리 국회라도 열어 추경과 유치원 3법, 노동관계법 등 각종 민생법안을 심의하려고 하는데, 그런 데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부 비판용 몇몇 상임위만 열겠다고 한다. 한국당의 관심은 정쟁에만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선별적으로 국회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자기 입맛대로 하겠다는 뒤끝의 표현으로, 국민에 대한 도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일반 상임위 활동은 배제하고 정부 견제 역할만 하겠다는 논리”라며 “정상화 문턱에 거의 다 왔는데, 선별적으로 반응하면서 국회 활동을 ‘편식’하듯 하고 있는 것은 정파적 국회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민생과 안보를 챙긴다면서 일부 상임위만 골라서 복귀하고, 청문회는 또 연다고 하니 명분이 없어 보인다. 원내지도부가 당 내부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만한 국회 복귀 이유를 찾으려 하다 보니 스텝이 꼬였다”고 진단했다.
김미나 김원철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