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지난 2월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31일 “인사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돼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여당에서도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천 과정부터 세부 절차가 불투명하고, 경찰에 의존하는 세평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를 보호하려는 청와대의 ‘자의적 해석’도 문제로 꼽힌다.
■ “좁은 인재 발굴 폭이 문제”
청와대 인사검증 절차는 인사수석실에서 후보자 추천이 이뤄지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사전검증과 정밀검증을 한다.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후보자를 심의·확정하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임명하는 방식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검증을 위해 경찰에 대상자 명단을 팩스로 보내 이른바 외근 정보관을 통해 세평 수집 등을 맡긴다.
하지만 이번 낙마 사례에서 보듯 검증 과정은 허술했다. 조동호 후보자는 아들의 호화 유학, 배우자 농지법 위반, 부동산 투기 목적 위장전입 의혹뿐 아니라 2017년 12월 ‘해적 학술단체’로 꼽히는 인도계 단체 ‘오믹스’ 참석 사실이 결정타가 됐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가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 기관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아 걸러낼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당장 여당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가령 청와대 내에서 일종의 ‘블랙팀’을 가동하는 체제가 필요했다. 조 후보자가 아주 은밀하게 숨긴 문제가 터진 게 아니라 보좌관급 4~5명이 붙어 검증했다면 일주일이면 확인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검증 전 후보자 추천단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적임자를 찾지 못한 데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폭넓게 인재를 발굴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증상 문제가 발생해도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 민심 헤아리고, 분명한 기준 있어야
여론과 동떨어진 상황인식도 논란이다. 윤 수석은 이날 최정호 후보자와 관련해 “집이 3채나 있는 건 나름대로 소명을 했다. 청와대 인사 7대 원칙에 어긋나지 않았고, 집이 여러 채라서 장관을 못 하는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최 후보자가 이끌어야 할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다주택자 제한’에 맞춰져 있었던 점에 비춰보면 여전히 국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 탓에 여당에서도 “청와대가 검증을 해야 하는데 이해를 하고 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이것저것 따져서 납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꾸 후보자의 해명을 듣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니까 청와대가 오만해 보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와대의 자의적 해석도 문제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대표적이다. 청와대는 위장전입 부적격의 기준으로 ‘2005년 7월 이후에 부동산 투기와 자녀의 선호 학교 배정을 위한 목적으로 2차례 이상 위장전입 한 경우’라고 규정했는데, 문 후보자의 경우 자녀의 학업 스트레스로 전학했고, 선호 학교라고 할 수 있는 강남 8학군 등으로 옮긴 게 아니기 때문에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선호 학교가 강남 8학군 등에만 해당하는 것인지 기준이 모호한 것이다. “친구 집으로 위장전입을 했는데, 그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주소를 옮긴 것은 2번이 아니고 1번”이라는 기준도 자의적이고 우호적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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