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후보의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연설에 환호하고 있다. 대구/정유경 기자
“자한당은 광주의 망령 카르텔 범죄집단의 하수인인가” “박 대통령 잡아먹고 김진태마저 제물로 바치려는가”
18일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대구 엑스코 입구 밖 한 극우단체 회원은 이렇게 적힌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 행사장 앞 길바닥엔 대형 태극기가 깔렸고, ‘역차별로 공기업 독식하는 5·18 가산점을 즉각 철폐하라’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 ‘황교안을 당대표로’ 등이 적힌 큰 펼침막들이 바람에 펄럭였다.
자유한국당의 핵심 기반이자 ‘보수의 본산’인 대구에서 열린 합동연설회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 현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행동하는 의리의 아이콘 김진태’ 손팻말을 든 이른바 ‘태극기’ 당원들은 당 지도부와 상대 후보를 향해 “빨갱이” “○○놈” 등 폭언과 야유를 쏟아내는 한편, 5·18에 대한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도 ‘박근혜·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지역감정을 부추기며 ‘티케이 표심 경쟁’을 벌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일찍부터 ‘김진태’ 손팻말을 든 이른바 ‘태극기 부대’였다. 지난 대전 합동연설회 때부터 다른 후보들에게 비난과 야유를 퍼부어 논란이 된 뒤, ‘당원이 아니신 분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입구 밖에서 군복을 입고 태극기를 든 노인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등 곳곳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한쪽에서는 누군가가 지만원씨가 쓴 책 <새로 써야 할 5·18 역사> 등을 팔고 있었다.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망언 3인방’을 당 윤리위에 회부했던 당 지도부는 욕설과 야유 세례를 받았다. 김병준 위원장이 무대에 오르자,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은 욕설과 함께 “빨갱이” “니네 당으로 가라” “5·18 명단을 공개하라” 등 야유를 쏟아내 김 위원장이 잠시 발언을 중단하기도 했다.
열혈 지지자들의 함성 속에 등장한 김진태 후보는 “여러분이 보는 이것이 한국의 민심”이라며 “여러분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오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출신 전직 대통령 2명(이명박·박근혜)이 고초를 겪고 있다. 자존심 센 대구·경북 당원 동지, 애국시민들은 얼마나 속상하시겠나”라며 “촛불에 놀라 다 도망갈 때 끝까지 당을 지킨 사람이 누구냐. 왔다갔다 한 사람, 기회를 보는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오세훈·황교안 후보를 겨냥했다.
황교안 후보는 “전국 예산이 다 늘었는데, 대구·경북 예산만 깎였다. 에스오시(SOC) 예산은 반토막이 났고 울진 신한울 원전은 대통령 한마디에 없어져 버렸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했다. 그는 “귀족노조, 전교조, 주사파 세력만 떵떵거리고 있고, 불쌍한 국민은 죄다 죽을 지경”이라며 “5천만 국민은 핵 인질이 될 위기인데 김정은에게 돈 퍼줄 궁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는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두 분 대통령도 회복할 수 있다. 승리가 의리”라며 이를 위해선 ‘중도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가열찬 투쟁을 확실하게 잘해야 한다”면서도 “지나치거나 실수하면 이번 5·18 논란처럼 거대한 역풍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승부는 박빙 승부다. 박 전 대통령과 더 가깝다고 하면 국민들이 표를 주시나”라며 “‘탄핵 총선’은 수도권 필패”라고 우려했다.
대구/정유경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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