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27 전당대회 보이콧을 선언했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가 황교안·오세훈·김진태 후보(기호순) 3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27 전당대회 ‘보이콧’(불참)을 철회하고, 함께 전대 연기를 요구했던 다른 후보 5명이 모두 출마 뜻을 접으면서다.
오 전 시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5·18 공청회 사태에서 보듯 자유한국당은 보편적인 국민 정서도 무시한 채, 무모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정당이 됐다. 과거로 퇴행하는 당의 역주행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오 전 시장과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홍준표 등 당권 주자 6명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27~28일)과 겹치는 전당대회 날짜를 2주 이상 미루자고 주장했고,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전대 보이콧을 결정했다. 전날 홍준표 전 대표가 먼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고,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은 이날 불출마를 최종 결정했다.
오 전 시장은 요구가 거부됐는데도 보이콧을 철회한 이유에 대해 “제가 등록거부 약속에 묶여 출마하지 않으면 개혁보수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투표할 곳이 없다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되기 때문에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 6명이 일괄 보이콧하면 친박근혜계 지지세가 강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진태 의원의 양자 대결로 흘러 ‘도로친박당’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중도 하차한 홍 전 대표를 향한 지지 표심을 흡수할 경우 오 전 시장이 황 전 총리와 붙어볼 만하다는 계산 때문에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 전 대표 쪽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 전 시장이 함께 보이콧을 지켰으면 지도부도 움직였을 것”이라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오 전 시장은 보이콧 결의를 함께 한 다른 후보들을 만나 출마 뜻을 밝히고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5·18 망언’으로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김진태 의원이 당원권 정지 이상 처분을 받아 전대 출마가 어려워질 경우, 당 대표 선거는 오 전 시장과 황 전 총리의 양자 대결로 좁혀진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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