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유한국당의 5·18 민주화운동 왜곡에 대해 5·18 단체들이 국회를 찾아 “한국당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백승주·이완영 의원을 제명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단체들은 한국당의 결단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5·18 민중항쟁구속자회 등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18의 숭고한 뜻은 이미 법원의 판결,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충분히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헌법과 법을 짓밟고 부정하며 역사 후퇴와 역사 쿠데타를 자행한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5·18 희생자들에게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그러면 나치의 만행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나 원내대표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8일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의 발언 내용을 모두 분석해 주최자와 발언자 전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할 것”이라며 “사법부는 (5·18의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는) 범법자 지만원씨를 당장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대동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지만원씨보다도, 한국당의 핵심적인 의원들이 광주 민주화항쟁에 대한 시대적 사고방식이 그 정도라는 것에 깜짝 놀랐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한국당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국회 본청 1층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피해자 20여명이 2층에 위치한 한국당 당대표실에 항의방문을 시도하려다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막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들은 “우리에게 (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괴물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외치며 “한국당을 직접 만나야겠다”고 반발했으나 결국 저지됐다.

5·18 단체들은 이날 오후 국회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1980년 당시 시민학생수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종배 전 의원은 “당시 대검에 찔리고 몽둥이로 맞아 죽은 게 4분의 1에 달하는데, 그 잔인한 세력들이 많은 광주 시민을 죽여놓고 이제 와서 우리가 (북한군으로) 먼저 총을 들었다고 할 수 있냐”며 “(한국당 쪽에서) 이걸 재조명하자고 해서, 이렇게 추운 날씨에 40년이 지났는데 이 얘기를 해야겠냐”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 앞 천막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