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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정치인 총집결…‘힙플레이스’ 떠오른 목포의 1박2일

등록 2019-01-24 20:24수정 2019-01-25 10:39

정치BAR_정유경의 오도가도

목포선 기대와 우려 교차
“구도심 쇠락 완연 보고 갔기를…
정치인 누구 관심 가져준 적 있었나”
22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방문이 예고된 전남 목포 ‘창성장’ 앞에 기자들이 모여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22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방문이 예고된 전남 목포 ‘창성장’ 앞에 기자들이 모여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이 거리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이제.”

22일 찾아간 전남 목포 대의동 ‘창성장’ 골목 앞은 주민보다 기자들이 더 많았습니다. 나이 지긋한 주민들과, 백팩을 멘 젊은 기자들은 확연히 구분이 됐습니다. 하늘에는 취재진의 드론이 떴습니다. 취재진을 구경나온 동네 어르신들은 흥분과 걱정이 반씩 섞인 기색으로 뒤에서 수군거렸습니다. 이날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손혜원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방문하겠다고 예고한 날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형광조끼 차림의 경찰들이 배치됐고, 사복 경찰로 추정되는 이들도 간간이 보였습니다. 대표적인 여당 텃밭인 목포에 야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대거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국회 출입 기자들은 ‘의원들 머리채라도 잡는 사람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혹시 모를 소요 사태(?)까지 걱정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지역 주민들은 호기심이 더 커보였습니다.

“우리로서는 (손혜원) 동상이라도 세워줘야 할 판”이라던 정형욱(70)씨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찾아오면 항의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 빈집이고 아무도 안 살아, 즈그들도 눈이 있으면 보고 알겄지.” 근처 주민들은 기자들 앞에서 저마다 과거엔 3대 항구였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배출한 도시 목포의 구도심이 어떻게 쇠락했는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눈치였습니다. “다 못 팔고 나가고 빈 집이 된 지 수십년이제. 창성장 앞에 저 집은 김천옥씨(목포 시의회 1대 의장) 집인디, 거그도 못 팔고 지금껏 비워두고 살다가 작년에 겨우 팔았대. 인제 조금 팔린다고 하더라. 나 같으면 여그 안사지.”

손 의원과 설전을 벌이고 있는 목포를 지역구로 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놓고도 격론을 벌였습니다. “정치인 누구 하나 여기(원도심 공동화 문제) 관심 가져준 적 있어? 신경도 안 쓰니까 그렇지.” “이 사람아 무슨 말이야, 박지원이 자네보다 백배는 더 알어.”

22일 낮 2시께 전남 목포 ‘창성장’ 앞을 찾은 취재진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22일 낮 2시께 전남 목포 ‘창성장’ 앞을 찾은 취재진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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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분 만에 떠난 나경원에 ‘실망’

이날 낮 3시20분께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한선교 ‘손혜원 랜드 게이트 TF(태스크포스팀)’ 단장 등이 나타나자, “나경원 대표님, 철저히 수사해 주세요!”하고 비교적 젊은 축인 남성 한명이 외쳤습니다. 몇겹의 취재진 뒤에 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발끝을 세우고 귀만 쫑긋 세웠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손 의원의 조카 등이 매입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과, 손 의원의 남편이 운영하는 재단이 구입했다는 건물, 보좌관이 구입했다는 동아약국 터까지 약 300m 정도의 거리를 10여분간 둘러봤습니다. 그는 “저도 문화체육방송위를 비롯해 문체위 관련 상임위를 6년간 했다. 어느 누구보다 문화적 공간의 보존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이렇게 돌아보니 도시재생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며 “그러나 제대로 되어야 하고, 다른 지역과의 균형 문제나 이런 과정에 있어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저희가 찾아서 걷어내 목포시민을 위한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창성장 앞에 도착한 지 18분 만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여기 왜 왔대?” “에이, 나경원이 얼굴도 못 봤네.” 동아약국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흩어졌습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도 목포를 방문했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다음날(23일) 자신이 매입한 건물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주민들은 “목포가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며 흥분한 기색이었습니다.

22일 전남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를 찾은 취재진들이 “근대문화역사 1번지 목포”라고 쓰인 표지판 앞에 서 있다. 이 거리엔 일부 단장이 된 가게가 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22일 전남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를 찾은 취재진들이 “근대문화역사 1번지 목포”라고 쓰인 표지판 앞에 서 있다. 이 거리엔 일부 단장이 된 가게가 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쪽에 자리잡은 공방 등이 보인다. 손혜원 의원을 응원하며 ‘주민이 주인’이라고 쓴 손팻말이 거리에 놓여 있다. 이날 거리엔 “근대문화자원 추진 사업 환영” “무분별한 추측보도 철회하라”는 손팻말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쪽에 자리잡은 공방 등이 보인다. 손혜원 의원을 응원하며 ‘주민이 주인’이라고 쓴 손팻말이 거리에 놓여 있다. 이날 거리엔 “근대문화자원 추진 사업 환영” “무분별한 추측보도 철회하라”는 손팻말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목포/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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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의 ‘갈망’

다음날인 23일, 전날보다 많은 수백명 인파가 창성장 앞에 몰려들었습니다. 낮 12시께 커피숍 ‘손소영 갤러리’의 문을 여는 손님 반은 응원하는 시민들, 반은 기자였습니다. 자리가 없어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안의 기자들은 밖의 인파를 구경하고, 밖의 주민들은 안의 기자들을 구경하는 풍경이었습니다. 어렵게 손소영 갤러리 안에 자리잡은 기자들은 “여긴 삼청동 카페 같다”고 했습니다.

오후 1시 공개된 기자회견장은 손혜원 의원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재단이 구입한 건물이었는데, 쓰러져가는 폐건물 안에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리면서 의원실 관계자들은 “2층에 올라가지 말라” “기둥을 밀면 안된다” 등 주의를 주느라 바빴습니다. 일제 강점기엔 면실유 짜는 공장으로 쓰였고, 해방 이후엔 정미소로 쓰였다는 천장이 높은 건물에는 먼지가 가득했습니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는 손혜원 의원을 향해 “손혜원! 손혜원!”하고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기라는 게 시세차익을 내야 하고 전매로 이익이 실현된 것이 증명돼야 투기로 이름 붙일 수 있다”며 “저는 이익을 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내 이익과 관련 없이 했다지만, 법적으로 안 걸려도 국회의원으로서 다른 모르는 이익들이 내게 올 수 있다면 사과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선한 의도가 있었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이해상충 방지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땅값이 오르자고 한 게 아니라, 이 동네에 관심을 갖고 목포의 가치있는 적산가옥이 들어갈 기회가 많은데 많은 사람이 여기 와서 집을 사든 구경을 왔으면 좋겠다고 한 게, 제가 의원이라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냐”고 맞섰습니다. “오히려 지역구 의원이 해야할 일”이라며 박지원 의원을 겨냥한 말도 덧붙였습니다. “여기 와 보니 실감이 나지 않느냐? (제가 샀다는) 14채의 집이 이것”이라고 말해 ‘투기 의혹’을 제기한 기존 언론의 보도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변 투기 의심 세력까지 동반 유입되면서 지역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개발이 돼 집주인들이 비싸게 세를 줘서 사람들이 밀려나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인데, 여긴 가게도 없고 세 들어올 사람도 없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만큼 이 동네가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습니다.

22일 저녁 8시께 다시 찾은 전남 목포 대의동 ‘창성장’ 앞을 바라보는 한 취재진. 목포/정유경 기자
22일 저녁 8시께 다시 찾은 전남 목포 대의동 ‘창성장’ 앞을 바라보는 한 취재진. 목포/정유경 기자
22일 밤 가로등이 켜진 전남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일대의 빈 집. 타일 벽돌로 마감한 전면 오른쪽으로 오래 된 목조 패널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22일 밤 가로등이 켜진 전남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일대의 빈 집. 타일 벽돌로 마감한 전면 오른쪽으로 오래 된 목조 패널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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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전문가는 ‘어떤 가능성’을 봤나

이날 손 의원의 기자회견에선 ‘국회의원’이라기 보단, ‘브랜드 전문가’로서의 그의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정치인들도 그렇고 공무원들도 그렇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제일 역사에 관심이 없다. 꼭 역사나 유산에 대한 것 뿐이 아니다. 제가 1998년 진로를 ‘참이슬’로 풀어 만들 때도 영업사원은 그게 이름이냐며 서류를 집어던졌다. (…) 어쩌면, 제가 브랜드의 가치를 찾아내고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 지역의 역사적 도시를 보며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던 집들을 보며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그 선상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손혜원 의원은 23일 목포 대의동에서 남편이 이사장인 재단이 나전칠기박물관 부지로 쓰기 위해 구입했다는 폐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목포/정유경 기자
손혜원 의원은 23일 목포 대의동에서 남편이 이사장인 재단이 나전칠기박물관 부지로 쓰기 위해 구입했다는 폐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목포/정유경 기자

손 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는 면실유를 짜는 공장으로, 해방 이후 정미소로 쓰였다. 건물 안에 ‘나맥’(껍질을 벗긴 보리) 임도료가 100원으로 올랐다는 공지문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손 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는 면실유를 짜는 공장으로, 해방 이후 정미소로 쓰였다. 건물 안에 ‘나맥’(껍질을 벗긴 보리) 임도료가 100원으로 올랐다는 공지문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전날 손혜원 의원이 다음날 목포 기자회견을 예고하면서 하루를 묵게 된 기자들 중 일부는 실제로 어두워진 밤 창성장 골목 앞을 다시 찾았습니다. 컴컴한 골목에 빛나는 것은 창성장 간판 뿐이었습니다. 기웃거리는 기자들을 힐끔 돌아보며 창성장으로 들어가는 두 명의 사람이 보였습니다. 창성장 숙박객이라고 밝힌 이 둘 외에,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원도심(구도심) 일대는 저녁식사 시간부터 썰렁했습니다. 90년대 이후 목포의 중심이 신도시 아파트가 건설된 ‘하당’(상동·옥암동 일대) 신도심 등지로 옮겨간 뒤, 구도심은 쇠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기자들이 머무를 만한 숙소가 있다던 신도심 쪽 네온사인 간판을 단 고층 건물숲이 있는 것과 견주면 극단적 대조를 이뤘습니다.

전남 목포 만호동 일대의 기공사.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만호동 일대의 기공사.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대의동·만호동 일대. 빈집 사이로 부동산 건물이 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대의동·만호동 일대. 빈집 사이로 부동산 건물이 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만호동·유달동 일대.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만호동·유달동 일대.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만호동·유달동 일대.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만호동·유달동 일대.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온금동 일대에 빈 가게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온금동 일대에 빈 가게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이번에 지정된 ‘목포근대문화역사거리’는 과거 구도심 ‘시내’서도 한켠 떨어진, 바닷가 선창과 유달산 기슭 사이의 평지에 자리잡은 대의동·만호동·유달동 일대입니다. 90년대 당시에도 이미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빈 동네였습니다. 이 곳이 번화했던 역사는 1887년 목포 개항 이후, 일본인들이 일본영사관을 세우면서 1900년대초 ‘외국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한 근대식 거주지가 형성됐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반듯한 네모 격자판 거리엔 1920~1940년대에 걸쳐 유리 미닫이문이 달린 ‘근대식 2층 상가’와 주택이 들어섰고, 1930년대엔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백화점 ‘화신백화점’ 목포 지점이 생겼습니다. 주변 선창가와 서산동·온금동 일대엔 공장이 들어섰고, 삯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단층과 2층의 ‘근대식’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해방 이후 ‘적산가옥’(적의 재산)으로 남은 일부 고급 주택들은 지역 유지들이 넘겨받았으나, 새로운 ‘시내’에 영광을 내주며 서서히 그때부터 빈집이 늘어 갔습니다. 1990년대 구도심이 쇠락한 뒤로는 근처를 지나는 인적마저 끊겨,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하는 거리가 되었습니다.

목포 근대역사관(일제 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맞은편 새롭게 문을 연 사진관이 보인다. 왼편 검은 지붕 뒤로, 현재 카페로 개조된 근대식 주택의 정원과 지붕이 살짝 엿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근대역사관(일제 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맞은편 새롭게 문을 연 사진관이 보인다. 왼편 검은 지붕 뒤로, 현재 카페로 개조된 근대식 주택의 정원과 지붕이 살짝 엿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23일 오전 전남 목포 유달동에 자리한 근대역사관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23일 오전 전남 목포 유달동에 자리한 근대역사관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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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재생사업엔 기대 엇갈려

23일 오전 11시께, 고요한 ‘근대문화역사거리’는 목포 근대역사관 앞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카메라를 찰칵이는 관광객 십 수명으로 인해 잠시 소란해졌습니다. ‘목포 시티투어’ 빨간 관광버스가 길가에 서 있었습니다. 20대로 보이는 커플과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들도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기자 외의 ‘젊은’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고 남은 노부부에게 말을 걸었더니 “용당동 사는 주민”이라며 “하도 시끄러워 궁금해서 왔다. 대체 창성장이 어디냐”고 되물었습니다.

만호동·유달동 일대의 ‘적산가옥’을 고쳐 단장한 카페들이 하나 둘 문을 열고, ‘유달동 사진관’도 영업을 준비하면서 거리는 조금 활력이 돌았습니다. 새로 고친 일부 카페들과 대조되는 쓰러진 폐가와 옛 간판의 흔적은 때로는 일제강점기, 해방직후와 70~80년대의 모습을 오갔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했습니다.

목포 만호동·온금동 일대 창고로 활용되는 건물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만호동·온금동 일대 창고로 활용되는 건물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온금동에 자리한 ‘조선 내화’ 공장터. 23일 이곳을 찾은 사진기자들이 촬영을 하고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온금동에 자리한 ‘조선 내화’ 공장터. 23일 이곳을 찾은 사진기자들이 촬영을 하고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조선 내화’ 공장터와 멀지 않은 전남 목포 온금동·서산동 일대.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영화 <1987> 촬영지인 ‘연희네 수퍼’가 나온다. 목포/정유경 기자
‘조선 내화’ 공장터와 멀지 않은 전남 목포 온금동·서산동 일대.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영화 <1987> 촬영지인 ‘연희네 수퍼’가 나온다. 목포/정유경 기자
만호동을 가로지르자 폐공장과 쓰러진 창고들이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조선내화’가 있는 온금동 방향입니다. 텅 빈 공장터에서 사진을 찍는 3명의 기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눈부신 바다를 낀 산비탈자락인 온금동은 옛 달동네 느낌이 물씬한 곳으로, 아파트 재개발을 추진하는 조합 쪽이 조선내화 쪽과 갈등을 빚은 곳입니다. 조선내화로부터 500여m 거리엔 영화 <1987>의 촬영지 ‘연희네 수퍼’가 있습니다. 그로부터 멀지 않은 근처에 유일하게 문을 연 방앗간 앞에 모여있던 주민들은 “또 기자가 왔다”고 웃었습니다. 기름을 짜내고 깻묵을 부어내던 박순자(65)씨는 “서울 사람들에게 속아서 팔았다는 사람들도 있다”는 기자의 말에 “모르는 소리”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판 사람들도 그라드라고, 우리가 팔라고 팔라고 했는디 못 팔았다고. 그간에도 못 팔아서 애가 닳아.” 고춧가루를 나르던 최명철(67)씨가 거들었습니다. “몇십년만에 팔았응게, 여그 XX약국 그분도 상공회의소 바로 앞에 30년 이상을 집을 작년엔가 팔아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속아서 팔았다는 (사람도) 그것은 손혜원씨가 한 것이 아니고. 또 그것도 내가 볼 때는 투기가 아닌 것 같어. 팔고사고 팔고사고를 해야된디, 안했어. 여그는 커피숍만 많이 생겼어. 그래도 살 놈이 없어. 앞으로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어떻게 되는지 본가 하면 몰라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10년 뒤엔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했지만, 나이가 지긋한 원주민들은 큰 기대를 갖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창성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봐라, 여긴 젊은 사람들이 없다. 은행이 있냐, 병원이 있냐. 여긴 모두 팔고 죽기 전에 나가고 싶은 나이든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목포역 앞에서 만난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50대 목포 시민은 “손 의원이 꼭 잘 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거주하는 곳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관광지 개발이 마지막 희망인 구도심 사람들은 반가워하지만, 신도심 사람들은 관심이 없거나 국회의원이 수십채씩 사들인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목포/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전남 목포 대의동 ‘창성장’으로 들어가는 골목 왼쪽에 위치한 빈 집은 유리창이 깨져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대의동 ‘창성장’으로 들어가는 골목 왼쪽에 위치한 빈 집은 유리창이 깨져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목포/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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