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정유경의 오도가도
목포선 기대와 우려 교차
“구도심 쇠락 완연 보고 갔기를…
정치인 누구 관심 가져준 적 있었나”
목포선 기대와 우려 교차
“구도심 쇠락 완연 보고 갔기를…
정치인 누구 관심 가져준 적 있었나”
22일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방문이 예고된 전남 목포 ‘창성장’ 앞에 기자들이 모여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이 거리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이제.”
22일 낮 2시께 전남 목포 ‘창성장’ 앞을 찾은 취재진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18분 만에 떠난 나경원에 ‘실망’
이날 낮 3시20분께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한선교 ‘손혜원 랜드 게이트 TF(태스크포스팀)’ 단장 등이 나타나자, “나경원 대표님, 철저히 수사해 주세요!”하고 비교적 젊은 축인 남성 한명이 외쳤습니다. 몇겹의 취재진 뒤에 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발끝을 세우고 귀만 쫑긋 세웠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손 의원의 조카 등이 매입한 게스트하우스 창성장과, 손 의원의 남편이 운영하는 재단이 구입했다는 건물, 보좌관이 구입했다는 동아약국 터까지 약 300m 정도의 거리를 10여분간 둘러봤습니다. 그는 “저도 문화체육방송위를 비롯해 문체위 관련 상임위를 6년간 했다. 어느 누구보다 문화적 공간의 보존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이렇게 돌아보니 도시재생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며 “그러나 제대로 되어야 하고, 다른 지역과의 균형 문제나 이런 과정에 있어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저희가 찾아서 걷어내 목포시민을 위한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창성장 앞에 도착한 지 18분 만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여기 왜 왔대?” “에이, 나경원이 얼굴도 못 봤네.” 동아약국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흩어졌습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도 목포를 방문했습니다. 손혜원 의원은 다음날(23일) 자신이 매입한 건물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주민들은 “목포가 이렇게 관심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이런 적은 없었다”며 흥분한 기색이었습니다.
22일 전남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를 찾은 취재진들이 “근대문화역사 1번지 목포”라고 쓰인 표지판 앞에 서 있다. 이 거리엔 일부 단장이 된 가게가 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쪽에 자리잡은 공방 등이 보인다. 손혜원 의원을 응원하며 ‘주민이 주인’이라고 쓴 손팻말이 거리에 놓여 있다. 이날 거리엔 “근대문화자원 추진 사업 환영” “무분별한 추측보도 철회하라”는 손팻말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목포/정유경 기자
지역주민들의 ‘갈망’
다음날인 23일, 전날보다 많은 수백명 인파가 창성장 앞에 몰려들었습니다. 낮 12시께 커피숍 ‘손소영 갤러리’의 문을 여는 손님 반은 응원하는 시민들, 반은 기자였습니다. 자리가 없어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안의 기자들은 밖의 인파를 구경하고, 밖의 주민들은 안의 기자들을 구경하는 풍경이었습니다. 어렵게 손소영 갤러리 안에 자리잡은 기자들은 “여긴 삼청동 카페 같다”고 했습니다. 오후 1시 공개된 기자회견장은 손혜원 의원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재단이 구입한 건물이었는데, 쓰러져가는 폐건물 안에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리면서 의원실 관계자들은 “2층에 올라가지 말라” “기둥을 밀면 안된다” 등 주의를 주느라 바빴습니다. 일제 강점기엔 면실유 짜는 공장으로 쓰였고, 해방 이후엔 정미소로 쓰였다는 천장이 높은 건물에는 먼지가 가득했습니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는 손혜원 의원을 향해 “손혜원! 손혜원!”하고 응원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투기라는 게 시세차익을 내야 하고 전매로 이익이 실현된 것이 증명돼야 투기로 이름 붙일 수 있다”며 “저는 이익을 보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내 이익과 관련 없이 했다지만, 법적으로 안 걸려도 국회의원으로서 다른 모르는 이익들이 내게 올 수 있다면 사과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선한 의도가 있었더라도 국회의원으로서 이해상충 방지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땅값이 오르자고 한 게 아니라, 이 동네에 관심을 갖고 목포의 가치있는 적산가옥이 들어갈 기회가 많은데 많은 사람이 여기 와서 집을 사든 구경을 왔으면 좋겠다고 한 게, 제가 의원이라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냐”고 맞섰습니다. “오히려 지역구 의원이 해야할 일”이라며 박지원 의원을 겨냥한 말도 덧붙였습니다. “여기 와 보니 실감이 나지 않느냐? (제가 샀다는) 14채의 집이 이것”이라고 말해 ‘투기 의혹’을 제기한 기존 언론의 보도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변 투기 의심 세력까지 동반 유입되면서 지역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대해선 “개발이 돼 집주인들이 비싸게 세를 줘서 사람들이 밀려나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인데, 여긴 가게도 없고 세 들어올 사람도 없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만큼 이 동네가 좋아졌으면 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습니다.
22일 저녁 8시께 다시 찾은 전남 목포 대의동 ‘창성장’ 앞을 바라보는 한 취재진. 목포/정유경 기자
22일 밤 가로등이 켜진 전남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일대의 빈 집. 타일 벽돌로 마감한 전면 오른쪽으로 오래 된 목조 패널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브랜드 전문가는 ‘어떤 가능성’을 봤나
이날 손 의원의 기자회견에선 ‘국회의원’이라기 보단, ‘브랜드 전문가’로서의 그의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정치인들도 그렇고 공무원들도 그렇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제일 역사에 관심이 없다. 꼭 역사나 유산에 대한 것 뿐이 아니다. 제가 1998년 진로를 ‘참이슬’로 풀어 만들 때도 영업사원은 그게 이름이냐며 서류를 집어던졌다. (…) 어쩌면, 제가 브랜드의 가치를 찾아내고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 지역의 역사적 도시를 보며 남들이 거들떠 보지 않던 집들을 보며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 그 선상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손혜원 의원은 23일 목포 대의동에서 남편이 이사장인 재단이 나전칠기박물관 부지로 쓰기 위해 구입했다는 폐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목포/정유경 기자
손 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는 면실유를 짜는 공장으로, 해방 이후 정미소로 쓰였다. 건물 안에 ‘나맥’(껍질을 벗긴 보리) 임도료가 100원으로 올랐다는 공지문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만호동 일대의 기공사.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대의동·만호동 일대. 빈집 사이로 부동산 건물이 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만호동·유달동 일대.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만호동·유달동 일대.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온금동 일대에 빈 가게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근대역사관(일제 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맞은편 새롭게 문을 연 사진관이 보인다. 왼편 검은 지붕 뒤로, 현재 카페로 개조된 근대식 주택의 정원과 지붕이 살짝 엿보인다. 목포/정유경 기자
23일 오전 전남 목포 유달동에 자리한 근대역사관을 찾은 관광객들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도심재생사업엔 기대 엇갈려
23일 오전 11시께, 고요한 ‘근대문화역사거리’는 목포 근대역사관 앞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연신 카메라를 찰칵이는 관광객 십 수명으로 인해 잠시 소란해졌습니다. ‘목포 시티투어’ 빨간 관광버스가 길가에 서 있었습니다. 20대로 보이는 커플과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들도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기자 외의 ‘젊은’ 사람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박물관에 들어가지 않고 남은 노부부에게 말을 걸었더니 “용당동 사는 주민”이라며 “하도 시끄러워 궁금해서 왔다. 대체 창성장이 어디냐”고 되물었습니다. 만호동·유달동 일대의 ‘적산가옥’을 고쳐 단장한 카페들이 하나 둘 문을 열고, ‘유달동 사진관’도 영업을 준비하면서 거리는 조금 활력이 돌았습니다. 새로 고친 일부 카페들과 대조되는 쓰러진 폐가와 옛 간판의 흔적은 때로는 일제강점기, 해방직후와 70~80년대의 모습을 오갔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했습니다.
목포 만호동·온금동 일대 창고로 활용되는 건물의 모습. 목포/정유경 기자
목포 온금동에 자리한 ‘조선 내화’ 공장터. 23일 이곳을 찾은 사진기자들이 촬영을 하고 있다. 목포/정유경 기자
‘조선 내화’ 공장터와 멀지 않은 전남 목포 온금동·서산동 일대.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영화 <1987> 촬영지인 ‘연희네 수퍼’가 나온다. 목포/정유경 기자
전남 목포 대의동 ‘창성장’으로 들어가는 골목 왼쪽에 위치한 빈 집은 유리창이 깨져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목포/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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