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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박용진 3법’ 압박 나선 한유총 눈치보나…몸사리는 의원들

등록 2018-11-11 16:06수정 2018-11-11 21:55

상임위 본격 심사 앞두고
한유총 “통과 반대” 공문 보내
교육위 의원들 직접 찾아가기도
한국당 “내달 별도 개정안 낼 것”
한유총 눈치보며 시간끌기 조짐
민주당 오제세 의원도 딴 목소리
“사립유치원 개인재산 인정해야”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비대위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공문.
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한 이른바 ‘박용진 3법’의 본격적인 국회 논의를 앞두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의원들을 전방위로 접촉하며 법안 통과 저지에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별도 법안을 내겠다며 논의를 미루고 있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인정’ 등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연내 법안 통과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한유총 “정치적 영향으로 심각한 위협” ‘박용진 3법’은 △사립유치원 회계관리시스템 사용 의무화(유아교육법) △유치원 설립자의 원장 겸직 금지(사립학교법)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 포함(학교급식법) 등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유총은 최근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 명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박용진 3법에 대한 수정요구안’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보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에이(A)4 종이 21쪽 분량의 자료에는 “유치원은 안정적이고 질 높은 유아교육의 터전이 되어야 함에도 정치적인 영향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며 “특히 박용진 3법은 헌법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사립유치원 존립을 근원적으로 불가능하게 할 가능성이 큰바, 해당 법률안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부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유총은 교비 회계를 교육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유총은 “사립유치원은 사립학교 설립자의 개인사업이자 사유재산의 측면도 있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 및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학교’로 분류되어 있고,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회계 감사가 불가피하다. 또 설립 인가를 받을 때 ‘토지 및 건물 재산에 대해 교육 재산으로 사용을 동의한다”는 내용의 ‘재산사용 동의서’를 제출한다. 정부 지원을 받을 때만 ‘공교육 담당’을 주장하고, 회계 감사 때는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지난 9일엔 직접 국회를 방문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전희경·김현아·김한표 의원실을 찾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의원들은 만나지 못하고 의견서만 전달했다고 한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걸 막을 수는 없다”고 털어놨다.

동탄유치원사태비상대책위원회와 민변, 참여연대, 정치하는 엄마들 등 20여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박용진 의원 등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비리유치원 문제 대책이 담긴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 교육위윈회 법안심사소위는 12일부터 법안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동탄유치원사태비상대책위원회와 민변, 참여연대, 정치하는 엄마들 등 20여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박용진 의원 등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비리유치원 문제 대책이 담긴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국회 교육위윈회 법안심사소위는 12일부터 법안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시간 끄는 한국당, ‘딴소리’ 나오는 민주당 자유한국당은 ‘박용진 3법’에 공식적인 반대 견해를 내지 않았다. 대신 자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오는 12월 정책 대안을 내면, 별도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교육위 소속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우리는 법 개정을 할 때 면밀하게 해서 다시 개정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여론에 밀려 개정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의원들만 비난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지금이 유치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골든타임인데도 (자유한국당은) 시간끌기식 ‘침대 축구’를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용진 3법’은 지난 9일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8명 중 4명이 자리를 뜨면서 토론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박용진 3법’ 심사 차례가 다가오자 자유한국당 의원 3명이 차례로 자리를 떴고, 박경미 민주당 의원마저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조승래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의원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어렵다고 보고, 12일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12일 법안소위는 늦은 시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일정 조정 등을 요청한다”는 문자메시지를 소속 의원들에게 보냈다.

‘박용진 3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소속 의원 129명 전원 명의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제세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린이집, 사립유치원, 노인 장기요양기관은 최초 개인 투자 재산으로 이뤄진 것이다. 저는 국감에서 사유재산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투자분에 대한 수익을 보상하는 방안을 국가가 마련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도 국가에서 월급을 받지만, 내 월급을 ‘공금’이라며 감사하진 않는다. 오히려 개인 재산의 사용료를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압박하는 정황도 감지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유치원 원장들은 조직력이 강하고 입김이 세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박용진 3법’ 관련해 의원들에게 면담을 요구하는데 안 만날 수가 없다”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관리를 해야 하는 의원들로선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서영지 정유경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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