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맨오른쪽)가 지난 5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여야정 협의체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미소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끝난 직후 “말 많은 원내대표들 얘기를 3시간씩이나 들어주고 (문재인 대통령) 대단해”라는 얘기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건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국정상설협의체 비공개회의와 오찬이 오후 1시께 끝날 예정이었지만, 얘기가 길어지면서 오후 2시께 마무리됐다.
전날 국정상설협의체가 발표한 12개 합의문에 대한 ‘뒷얘기’도 전해졌다. 당시 머리발언이 끝나고 비공개회의로 바뀌자마자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이 자유한국당이 반대해온 “선거연령 18살 인하”였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결국 최종 합의문에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초안에 없던 “선거연령 18살 인하를 논의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비공개회의 초반부터 껄끄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어려웠던 만큼 ‘선거권 18살’을 꺼낸 대통령의 제안을 강하게 반대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시 회의에서 “역시 대통령님은 고단수”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선 김 원내대표가 ‘진정성’을 호소했다고 한다. “출산과 육아를 지원하는 예산을 확대하며,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아동수당법을 신속히 개정하기로 한다”는 최종합의문 내용 가운데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이라는 문구를 논의하면서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고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는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달라. 저출산 정책은 복지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얘기했고,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의 전향적 태도를 환영한다”며 “국가적으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더 특단의 대책도 환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 관련해서도 막판 조율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뜻에 따라 “한반도 완전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조항에 ‘한미 간의 튼튼한 동맹’이라는 말이 들어갔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의 비핵화’로 바꿔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거꾸로 설득에 나섰다. 회의 참석자는 “대통령께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말은 역대 정부가 그렇게 표현한 만큼 이 부분을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문구가 최종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가 국회회담을 준비하는데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문 대통령이 말했지만 이 부분은 합의문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가장 많은 시간 토론한 분야가 ‘에너지정책’이었다고 한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탈원전 에너지 전환정책 재검토”를 얘기했지만, 문 대통령의 설득으로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기초로, 원전 기술력과 원전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 최종 포함됐다고 한다. 애초 문 대통령은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유지하면서“라는 말을 넣자고 했지만, 홍영표 원내대표가 “기초로” 바꾸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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