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케이(K)뱅크 등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가 특정 업체를 내정한 뒤 평가 결과를 짜맞추기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케이뱅크는 인가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정부가) 사업자를 사전에 내정한 뒤 평가 결과를 짜맞추기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근거로 든 자료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사건에서 결정적 증거 구실을 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이다. 박 의원이 제공한 2015년 11월20일 안 전 수석의 자필 메모에는 “카카오 86, 케이티(KT)·우리 83, 인터파크(I-PARK)·에스케이티(SKT) 64”라고 적혀 있는데 이 시기엔 아직 외부위원들의 심사평가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그해 10월1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뒤 11월27~29일 2박3일간 외부 평가위원들의 합숙 심사평가를 진행했다. 예비인가 사업자가 발표된 건 11월29일이다.
하지만 그해 11월20일 안 전 수석의 수첩에 적힌 숫자들은 9일 뒤 매겨진 외부 평가위원의 비공개 심사평가 점수와 일치했다. 금감원이 박 의원에게 제출한 심사평가 결과표를 보면 1000점 만점 평가에서 한국카카오는 860.8점을 받았고 케이뱅크는 831.2점을 받았다. 아이뱅크(인터파크)는 642.6점을 받았다. 이런 평가 결과는 인가를 신청한 사업자들에게도 비공개됐고,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 결과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를 사업 대상자로 결정했다고 11월29일 발표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한국관광공사가 케이뱅크 출자 과정에서 정부 지침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지침을 보면, 출자를 결정하기 전에 기재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한국관광공사가 2015년 9월 케이뱅크의 주주인 케이티(KT)와 투자결정 협약을 맺고 나서 기재부와 사전협의를 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사전에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계약을 맺은 뒤 두 달이 지나고나서야 이사회 의결을 서면으로 진행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권이 케이뱅크를 인터넷전문은행에 사전 내정한 후 평가 결과를 짜맞추기한 의혹이 안종범 수첩을 통해서 드러났다”며 “기재부는 케이뱅크에 출자한 한국관광공사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해 절차적 위법에 대해 책임을 묻고, 케이뱅크 설립 과정에 비위가 있다면 형사고발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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