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국회·정당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는 ‘좌파의 노이즈마케팅’” 학부모에 편지

등록 2018-10-16 15:21수정 2018-10-17 10:32

충남지역 유치원 “우리가 비리유치원인 듯 착각 줘”
신고되지 않은 어린이집 차량 운영 등으로 ‘경고‘
다른 지역 유치원도 “별거 아니고 조치는 다 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이 지난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2017년 11월 아이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리 유치원 엄벌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이 지난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2017년 감사를 벌인 결과 사립유치원 1878곳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치하는 엄마들’ 회원들이 2017년 11월 아이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리 유치원 엄벌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 유치원이 “좌파 국회의원,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가 공모해 국감기간 동안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노이즈마케팅”한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학부모에게 돌린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날 <한겨레>는 박 의원실을 통해 충남지역 한 유치원 원장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에이(A)4 두 장 분량의 편지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황당한 것은 비리유치원 명단이라는 큰 타이틀을 해놓고 그동안 정기감사 받은 저희 같은 유치원을 올려놓으니 마치 저희가 비리유치원인 듯한 착각을 주었다는 것”이라며 “이번 보도는 박 의원 쪽의 노이즈마케팅(문제를 크게 시끄럽게 해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하는 행위)”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유치원은 △급식비, 재료비 등 잔액을 불용액 처리 △계약직원에 대한 성범죄 경력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을 조회하지 않고 채용(7명) △4대 보험 가입 대상자 미가입(4명) △신고되지 않은 어린이집 통학버스 차량으로 방과 후 과정 종일 차 운영 등의 비리가 적발돼 2016년 원장 2명이 경보처분 등을 받았다.

하지만 이 원장은 이번 편지에서 “아이들 교육에 좀 더 집중하느라 행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했다”며 변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또 “원래 2016년 후반기 감사였는데, 먼저 4월에 (정기감사) 받을 곳이 필요하다고 해 오히려 배우는 마음으로 남들이 먼저 받기 꺼리는 감사를 준비 기간도 별로 없이 받았던 것이다. (이후) 시정해 지면통보로 문제없이 해결된 것을 박 의원이 알아보지도 않은 채 비리유치원으로 보도하니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텔레비전에서는 잘못된 일부 극소수의 유치원 이야기를 모든 원의 일 인양 이야기한다. 저는 좀 걱정이 된다. 교육은 가르침에서가 아니라 교육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부터가 시작인데… 어쩌나…”라며 “지혜로움이 간절하게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이 유치원뿐 아니라 비리유치원 명단에 오른 다른 유치원도 “안 받아도 될 감사를 자처해 받았다” 등의 취지의 글을 학부모들에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 김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2월에 이사했다. 급히 이사하는 와중에도 아이 유치원은 고심 끝에 골랐다. 이번에 박 의원 덕분에 이러저러한 내막을 알게 됐다. 놀라운 것은 지난 3월~6월까지 사실상 1학기 내내 해당 원장은 직무정지 및 감봉의 중징계를 받았음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오늘(10월15일) 에이(A)4 용지 한장짜리 사과문이 아이 가방에 있었다. 주장하는 내용은 압니다. ‘별거 아니고 조치는 다 했다’라고 하는데 그랬다고 잘못이 없어집니까? 숨기고 싶은 치부가 사라지나요?”라고 썼다. 아래는 충남 지역 유치원 원장이 학부모에게 보낸 편지 내용.

심려 끼쳐 드림에…

(휴~ 몇 번이나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 쉬어 봅니다) 요 며칠 너무 황당하고 마음 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럴 때 사람들이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어머님 아버님도 얼마나 심려가 크셨을지 얼마나 황당했을지 생각하면 너무나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엊그제 5살 △△어머님이 동네 병원에 갔는데 유치원 체육복을 입을 △△을 보면서 한 어머님이 “너 OOO유치원 다니는구나?”하고 아는 척을 해 주시면서 “우리 아이는 지금 OOO유치원 3학년이고, 위에 아이는 학교에 다니는데 OOO유치원 졸업하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잘하니까 걱정마라”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해서 제가 “어머~ 감사해라”라며 어머님과 함께 웃었었는데… 그런 믿음의 말씀에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었습니다.

(OOO유치원에 대한 깊은 신뢰를 가지고 OOO유치원의 또 다른 주인이신 어머님 아버님…)

황당한 것은 비리유치원 명단이라는 큰 타이틀을 해놓고 그동안 정기감사 받은 저희 같은 유치원을 올려놓으니 마치 저희가 비리유치원인 듯한 착각을 주었다는 거지요. 그러나 충남의 모든 학교와 공사립 유치원은 1년에 몇 군데씩 선정돼 도감사를 받습니다. 사립유치원은 3년에 한 번 돌아간다고 했는데 저희 OOO유치원은 2016년도에 처음으로 받았고, 올해 받은 유치원도 있고 아직 차례가 돌아오지 않은 유치원도 있습니다.

비리가 있어서 받는 감사가 아니라 순서대로 받는 ‘정기감사’였던 거지요.

이번 보도는 좌파 국회의원 그리고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가 공모해 국감 기간 사립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모는 노이즈마케팅(문제를 크게 시끄럽게 해 자기 이름을 알리려고 하는 행위)이라고 합니다. 2016년 4월에 저희가 감사였는데 2014년, 2015년 서류를 보았지요. 몇 가지 지적사항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시정처리를 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중 궁금하실 것 같아서 (행정처분을 받은)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원장2명: 지금은 그냥 제가 화단을 관리하고 마당 청소를 하고 안전 선생님 중 한 분이 텃밭관리를 해주시지만, 2014년 당시 화단 텃밭 등의 외부를 관리하며 업무의 분업을 위한 원장이 근무하였었습니다. (2014년 5월 퇴직)

*260여 만원 회수: 직원(행정실장)이 퇴직했는데 1년이 좀 안 되었지만(1개월 정도 부족) 그냥 내보내기가 그래서 위로금 느낌의 퇴직금을 주었는데 기간 때문에 인정이 안 된다 해서 유치원 통장으로 반납

*계약직원 성범죄 조회: 유치원에 취업했을 때 성범죄 조회를 경찰서에서 받는데 2014년도에 강사 몇 명이 받지 않은 거로 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선생님들은 다 왜 있었고 솔직히 OOO유치원에 오랫동안 보내보신 어머님들은 아시겠지만 특성화 강사들도 거의 바뀌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챙기지 못했네요. 예를 들어 성악 선생님은 □□바이올린(전문 회사에서 오시는데 회사에서 한 것을 챙겨놓지 못해서) 이런 강사들이었거든요.

암튼 지적사항이 없으면 좋겠지만 교육과 아이들 교육에 좀 더 집중하기도 하고, 행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제 탓입니다. 원래 2016년 후반기에 감사였는데 먼저 4월에 받을 곳이 필요하다고 해 오히려 배우는 마음으로 남들이 먼저 받기 꺼리는 감사를 준비 기간도 별로 없이 받았었던 거고, 시정해 지면통보로 문제없이 해결된 것을 박 의원이 잘 알아보지도 않은 채 비리유치원으로 보도하니 솔직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2015년도부터는 전문 업체 맡기고 컨설팅을 받고 있고요

텔레비전에서는 잘못된 일부 극소수의 원 이야기를 모든 원의 일 인양 이야기합니다. 저는 좀 걱정이 됩니다. 교육은 가르침에서가 아니라 교육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부터가 시작인데… 어쩌나…

지혜로움이 간절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앞으로 크게는 합리적으로 사립유치원 제도 개선이 이뤄져 유치원 원장과 선생님들이 오로지 아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OOO유치원의 어머님 아버님께 죄송한 마음 전해 드리며 혹 주변 분들의 염려에 이해를 드리는데 저의 글이 도움됐으면 하는 진정한 마음입니다. 감사드립니다.

2018년 10월 황당한 마음을 나누며 조심스럽게

OOO유치원 원장 드림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내란 군 병력 1644명…방첩사, 고무탄·가스총 무장 1.

[단독] 내란 군 병력 1644명…방첩사, 고무탄·가스총 무장

[속보] 권성동 “탄핵소추안 표결 참여하자”…의원 총회서 제안 2.

[속보] 권성동 “탄핵소추안 표결 참여하자”…의원 총회서 제안

박근혜 때와 다른 ‘윤석열 탄핵’ 방청…일반인 출입 막는 이유는? 3.

박근혜 때와 다른 ‘윤석열 탄핵’ 방청…일반인 출입 막는 이유는?

김건희 ‘비리 의혹’ 다룬 영화 ‘퍼스트 레이디’ 1만 관객 돌파 4.

김건희 ‘비리 의혹’ 다룬 영화 ‘퍼스트 레이디’ 1만 관객 돌파

윤석열 탄핵 앞둔 야당도 긴장…“오늘은 대한민국 ‘가’결의 날” 5.

윤석열 탄핵 앞둔 야당도 긴장…“오늘은 대한민국 ‘가’결의 날”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