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권한이 없는 사람이 들어간 거잖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신이 문재인 정권 대변인이야? 김동연!”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이의 공방은 의원석에 앉은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설전으로 확산됐다. 심 의원은 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접속이 “단순한 클릭”만으로 가능했다며 항변한 반면 김 부총리는 “적어도 6번의 경로를 거쳐 ‘감사관실용’이라는 경고가 떴음에도 불구하고 뚫고 들어간 것”이라며 약 40분 내내 맞섰다.
심 의원이 시스템 접속 시연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무런 불법이 없었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거짓말이다”라고 외쳤다. 시연 장면을 본 김 부총리가 “의원님이 불법적으로 얻은 정보를 지금 말씀하고 계신데…”라며 입을 떼자 이번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뭐가 불법이냐”, “자기들이 잘못해놓고 그러냐”고 항의하면서 본회의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김 부총리가 “괄호에 ‘감사관실용’이라고 용도가 써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대목에선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고함을 쳤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는 정 의원은 “그럼 못들어가게 막아놔야 할 것 아니냐!”, “누구한테 책임을 지우냐”며 항의를 이어갔다. 이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서영교 의원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불법 정보 반납하라!”고 외쳤다.
김 부총리가 정보 접근 불법성에 대해 “사법 당국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하자 이번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서 “만날 사법 당국이냐? 검찰 국가냐?”고 항의했다. 정진석 의원도 “자기가 판사냐 검사냐”라며 김 부총리를 공격했다. 이에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심 의원을 향해 “특별활동비 4억원 어디에 썼냐”고 물으며 역공에 나섰다.
질의 막바지에 심 의원은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지침 위반이 있다며 김 부총리를 향해 관련 내용을 보도한 일간지를 펼쳐 보였다. 이에 김 부총리는 “언론이 잘못 보도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 대목에선 <조선일보> 출신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언론 무시하지마!”, “언론이 바보냐!”라며 김 부총리에게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심 의원에게 “검찰에 가서 얘기하라”, “5선 의원이 뭐하는 것이냐”라며 맞받아쳤다.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민주당에선 “김동연 부총리님 잘 했습니다”라는 소리가 나왔고, 반대로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통로에 도열해 심 의원을 격려했다.
이날 오후 자유한국당 홍지만 홍보본부장은 “(청와대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것으로 나오는 이자카야 등을 방문하니) 모두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취객의 소리때문에 (청와대 설명대로) 간담회나 회의 개최 자체가 불가능해보였다”고 기자회견을 하며 심 의원을 ‘장외’ 지원했다. 반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선 이날 오후 “우연히 접속? NO! 37개 부처의 100만 건 이상 자료 탈취” 등의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심 의원을 공격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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