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는 바른미래당 의원이 딱 2명 있습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상돈 의원입니다. 그런데 이 둘은 호남 현안인 ‘흑산도 공항’ 건설을 두고 정반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평화당) 활동을 하며 바른미래당과 대치해온 이 의원은 이 문제에서는 어쩐 일인지 두 당의 ‘협공’을 받고 있는데요. 흑산도 공항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이상돈 의원의 ‘몸은 바른미래, 마음은 평화당’ 상태도 이제 6개월째 접어들었습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됐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해 이탈했기 때문인데요. 비례대표라 탈당도 마음대로 못합니다. 탈당하면 비례대표 의원직을 잃기 때문이죠. 중앙대 법대 교수 출신으로 환경법을 전공한 이 의원은 전반기 국회에 이어 후반기 국회에서도 환노위를 지망했는데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30명 중 환노위를 지망한 의원은 이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2명은 가야 하는데…. 결국 김동철 비대위원장이 ‘희생’ 차원에서 환노위 배정을 수락했습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환노위에 지망하는 분이 안 계셔서 김동철 비대위원장이 대승적으로 환노위 배정을 수락해 상임위 배치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원내대표를 맡던 때부터 이 의원은 출당을 요구하며 서로 대치 구도를 이뤘는데요. 둘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로 개인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합니다. 아, 참고로 이 의원이 선배인데요. 이 의원은 초선, 김 위원장은 4선으로 정치 경력에선 차이가 나지만 사석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 의원을 “선배님”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최근 둘을 극명히 갈라놓는 현안이 있는데요. 바로 흑산도 공항 건설 문제입니다. 전남 흑산도 관광 활성화 등 호남 지역 개발을 위해 공항을 건설하자는 요구에 찬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7월20일 ‘계속심의’를 결정했고, 9월 중순 심의가 재개됩니다. 환경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요. 호남 광주를 지역구로 둔 김 위원장은 공항 건설 ‘추진’에 총대를 맸습니다. 그는 지난 7월26일 환노위 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국립공원위가 흑산공항 결정을 또다시 미뤘다”며 “이에 흑산도 주민들은 ‘환경부는 사람보다 철새가 더 중요하냐’, ‘국립공원 지위 해제 운동을 펼치겠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실망을 넘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이 의원은 이걸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어제(28일)는 ‘흑산 공항건설,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주최했습니다. 이 의원은 “국립공원 일부를 훼손해 발생하는 생태 문제, 과다 산출된 수요예측으로 인한 경제 타당성 문제를 비롯해 안전성까지도 매우 취약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의원은 “흑산도의 경우 여유 활주로가 전혀 없어 ‘오버런’ 사고에 취약하고 활주로를 이탈하면 바다로 추락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며 “항공기 안전성에 관한 시뮬레이션 결과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어제(28일) 주최한 흑산도 공항 관련 토론회 포스터.
흑산공항 건설이 법안을 통과해야 가능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여론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여기에 호남 지역구 의원이 다수인 평화당도 가세했습니다. 의원이 14명에 불과한 평화당에는 환노위 의원이 한 명도 없는데요. 박지원 의원은 어제 “평화당과 함께 하는 유일한 환노위원이신 이상돈 의원께서 건설 반대 토론을 오늘 개최한다. 이 의원을 설득하도록 노력하겠다. 흑산도 공항 건설을 위해 거듭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철새가 먼저 아닙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결국 이 의원 당적 문제를 두고 죽자 살자 다투던 두 당이 지역 건설 문제에선 이 의원을 상대로 ‘대동단결’하는 모양새입니다.
요즘 이 의원이 심취해있는 다른 문제가 또 있는데요. 바로 개고기 식용을 막는 것입니다. 애견인으로 알려진 이 의원은 관련 축산법 개정안을 발의하곤, 말복인 지난 16일엔 개고기 반대 집회에도 나갔습니다. 개고기 찬반 문제는 국회에서도 예민한 이슈인데요. 농축산업 쪽 유권자가 많은 호남 의원들은 개식용에 반대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입장입니다. 축산법 개정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경우 ‘바른미래인 듯 평화당’인 이 의원과 두 당 호남 의원들 사이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과 반려견 돌이. 이상돈 의원 제공.
환경 이슈에서 이 의원은 계속 ‘마이웨이’를 걷겠다는 입장인데요. 평소 그의 이른바 ‘독고다이(조직과 달리 혼자 움직이는 사람을 뜻하는 속어)’ 성향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보수 성향으로 꼽히는 그는 한나라당 등 보수 정당과도 인연이 깊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반대’에 앞장서 국가정보원 사찰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성향은 그의 현재 정치적 입지와도 연결되는데요. 이 의원은 평화당 활동을 하는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3인방 가운데 유일한 안철수 계열입니다. 박주현, 장정숙 의원은 천정배 계열로 분리되기 때문인데요. 이 의원은 안철수 전 의원에 의해 영입됐으나 180도 등을 돌렸고 지금은 ‘반안철수’의 선봉에 서있는 것이죠. 안 전 의원을 향해 ‘불쉿’이라고 내뱉은 말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정동영 체제’ 평화당과도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설사 바른미래당에서 출당을 시켜준들 그가 평화당으로 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이 의원은 이번에 환노위에서 환경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소위에 배정됐는데요. 바른미래당 환노위 간사를 맡은 김동철 위원장이 노동 법안 소위에 들어가면서 “두 개 다 맡을 순 없어서” 이 의원에게 환경 소위를 넘겼다고 합니다. 이 의원은 자신과 연관된 두 당의 ‘당론’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대로 자기 길을 가겠다고 합니다. 환경 문제 등에서 이견이 있을 경우 두 당 모두에게서 ‘아웃오브컨트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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