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개헌 관련 논의를 하려고 22일 오후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장 부위원장의 평창겨울올림픽 참석 논의를 위해, 개헌 의원총회가 끝난 지 불과 10분만에 긴급 의원총회를 다시 소집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는 도합 3차례 열렸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 고위급 대표단장으로 참석하게 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촉발됐다. 자유한국당은 ‘천안함 폭침 책임자 방한 불가’를 외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은 ‘북-미 대화의 가교 역할’을 주문하며 환영했다.
자유한국당은 22일 오후 두차례 긴급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으로 김 부위원장의 ‘방한 수용 불가’ 방침을 정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참석 수용 철회를 요구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영철은 대남정찰총국 책임자로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지뢰 도발을 주도한 자”라며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체포를 하거나 사살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23일 청와대 항의 방문, 홍준표 당대표의 평택항 천안함 현장 방문 등 공세를 이어가기로 했다.
의원총회 직후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영철은 도발의 아이콘”이라며 계속 문제삼았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사건) 책임 소재 확인 관련, 당시 국방부가 구체적 확인은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며 “김영철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맡으며 대남관계 업무를 총괄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폐막식 참석을 일단 수용하는 쪽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외통위 심재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전쟁 중에 대화를 할 수 있고, 심지어 인질범과도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자유한국당은 심 위원장이 편파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항의하면서 정회하는 소동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평당은 남북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민주당은 논평을 내어 “이번 방문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은 이번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 대표단이 서로 만나 격의 없는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최경환 민평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문재인 정부는 이번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대화뿐만 아니라 북-미 대화의 물꼬도 틀 수 있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항의방문을 결정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자,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 2014년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와는 달라진 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입장을 돌려드리겠다”며 2014년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즈음해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때 김영철 당시 북한군 정찰총국장이 상대 쪽 단장이었음에도 새누리당이 냈던 환영 논평을 인용했다. 당시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이 열렸다고 전하며 “비록 현재 남북관계가 대화와 도발의 국면을 오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화의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환영했다.
정유경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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