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더정치 인터뷰’ 14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정당이 2등 정당이 되어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결국 (정권을 잡는) 수권정당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한겨레TV> ‘더정치 인터뷰’에 출연해 이렇게 밝히고, 당 내부 호남 중진 의원들의 통합 반대에 대해 “‘반(反) 자유한국당’을 분명히하는 바른정당 의원들은 우리와 정체성에서 다르지 않고 생각의 차이도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결심을 굳혔음을 강하게 밝힌 것이다. 다만 그는 통합 선언 시기에 관해서는 “상대(바른정당)가 있는 것 아니냐”며 특정하지 않았다. 안 대표는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범중도보수통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선 “그럴 일은 없다. 자유한국당은 주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성한용 선임기자와 이승준 기자가 공동진행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정가의 관심사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보면 제3당 잔혹사라고 부를 정도로 3당이 오래가지 못했다. 짧으면 1년, 길어도 10년 정도면 다 사라졌다. 지난 5월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제일 관심있게 봤던 부분이 우리나라 3당들의 운명이었다. 큰 선거 직전에 외연확대에 실패한 3당들은 예외없이 사라졌다. 나도 거기서 위기감을 느꼈다. 우리의 중심을 분명히 잡으면서도 외연확대 노력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현재) 내 고민의 지점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2자 구도이지만, 다른 지역은 4자 구도(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다. 국민의당 출마자들 사이에서 최소한 3자 구도는 돼야 출마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요구가 굉장히 많다.”
―국민의당 호남 중진들이 통합을 반대한다. 분열 위험을 감수하고 통합을 추진할 것인가.
“그래서 (그분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고, 당원과 출마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내가 (통합을) 하고자 했으면 벌써 했을 수도 있지만, 내부 공감이 많아야 시너지가 생기니 (전국 당원을 만나려고) 열심히 다니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두 당 사이의 정체성을 걱정한다. 탈당해서 (자유한국당으로 갈 수 있는) 두 번의 기회 동안 여전히 ‘반 자유한국당’을 분명히하고 남은 사람들(바른정당 잔류파 의원)은 우리와 정체성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 이 사람들도 받아들지지 못한다면, 우리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도 (통합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당 내부를) 설득하고 있다.”
―바른정당 11명 의원과 통합하려다 더 많은 국민의당 의원들이 떨어져 나갈 걱정은 없나.
“바른정당 의원이 20명일 때는 통합하자는 얘기를 내가 안 꺼냈다. 당시 바른정당 의원 평균이 3선이어서, 초·재선이 많은 우리 당과 합치면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제 바른정당 의원 숫자도 줄어들고 (정체성 면에서 바른정당의) 순도는 높아졌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비교섭단체가 되는 등의) 어려움이 있는데도 자유한국당에 가지 않았다. 우리와 생각의 차이가 없다. 이제 서로 중심을 잡고 제3의 길(통합)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 일각에선 결국 당이 분열될 경우, 통합에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의원직을 잃지 않도록 출당시키는 방식으로 합의이혼을 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한 분이라도 설득해서 함께 가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바른정당과 통합 왜?
반한국당 분명한 바른정당 의원들
정체성 다르지 않고 생각차이 없어 3당 선거연대 가능성은
한국당과 선거연대? 그럴 일 없어
한국당은 주변화돼야 한다고 생각 YS 3당합당처럼 범보수 후보로?
그 정도로 머리 나쁘지 않아
지방선거 잘 치르는 데 집중 문재인 정부 평가
문재인정부 꼭 성공하길 바라
걱정되는 건 인사와 외교안보 개헌 전망
내년 2월까지 국회서 합의안 모색
권력구조, 이원집정부제 맞다고 봐
―통합 선언은 올해 안에 가능한가.
“여러 상황에 따라 다르다. 또 상대(바른정당)가 있는 것 아니냐. 19일 대전까지 가면 전 당원의 의견을 어느 정도 모으게 된다. 이 내용을 갖고 시각차를 어떻게 좁힐지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손학규 당 고문이 21일 미국에서 귀국한다. 통합 관련 역할론이 나오는데.
“(손 고문이) 아마 미국에서 여러가지로 고민하고 귀국하는 걸로 안다. 그리고 (손 고문이) 미국 가기 전에 나랑 여러가지 말을 나눌 때 통합해야 한다는 개인 의견을 피력한 적도 있다. 나는 한 분이라도 힙을 합해서 통합하는 것이 지방선거에서 우리를 중심에 두고 외연을 확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바른정당과 통합하지 않아도 지방선거 연대는 하는 것인가.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출마자들은 선거 연대가 아니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굉장히 높다. 그래서 그들에게 ‘선거연대가 되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 ‘지방선거는 한 유권자가 (시장·구청장·시의원 등) 여러 투표를 해야 하는데, (선거연대만 하면) 시장은 4번, 구청장은 3번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그게 나의 고민이다. (유권자가 여러 명을 찍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선거연대 정도로는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게 출마자들의 얘기다.”
―지방선거에서 주요 지역의 경우, 국민의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까지 3당 선거연대도 가능한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당은 기득권 거대 양당 폐해 때문에 창당했다. 어렵지만 꿋꿋이 가고 있다. 제3당이 없어진 건 계속 3등을 해서다. 소중한 다당제를 지키려면 우리가 노력해서 자유한국당을 누르는 게 목적이다. 결국 2등으로 올라가고, 수권정당이 되는 게 목표다. ”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려면 중장기적으로 중도보수대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류석춘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은 거기에 안철수 대표도 포함된다고 말하던데.
“(웃음)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난 (중도보수대통합론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나는 지금 자유한국당을 누르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정당이 (일단 자유한국당을 대신해) 2등 정당이 되는 게 목표다. 자유한국당은 주변화돼야 한다.”
―안 대표가 1990년 김영삼의 3당 합당처럼, 다음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까지 범보수를 아우르는 대통령 후보가 되려 한다는 시선이 있다.
“제3당은 큰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당이 사라진다. 국민의당이 사라지면 나도 없다. 나는 모든 것을 다 걸고 대표에 출마하고 지방선거를 치르고 있다. 나중에 (내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대선을 생각하는 것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다. 내가 그 정도로 머리가 나쁘지 않다. 모든 것을 지방선거 잘 치러서 살아남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보수랑 같이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안 대표의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정치해온 것을 봐라. 2011년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처음으로 (당시 야당이) 승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키지 않으려고 피눈물 나는 양보를 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과 통합해서 지방선거 승리로 이끌었다. 국민의당을 창당해서 박 대통령 탄핵에 제일 앞장섰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왔다. (자유한국당과 같이 하는 것 아니냐고) 내게 질문하는 분들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관심있게 지켜보지 않아서 뭘 하셨는지 잘 모른다.(웃음) 그런데 국민 대부분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국민의당 소멸을 우려해 당 대표가 됐는데, 당 지지도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
“물이 끓을 때 10도에서 99.9도까지 온도가 올라도 밖에서 보면 똑같다. 0.1도 올라가면 물이 끓는다. 지금 그런 축적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본다. 그간 우리 나름대로 여러 노력을 했지만 당내 분란으로 비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개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이것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줄 때까지 축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켜 제3당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안 대표가 나선 대선에서 호남은 국민의당 대신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부족한 탓이다. 후보도 부족했고, 당의 크기와 조직도 부족했다. 그리고 정권교체의 열망이 굉장히 높았는데, 조금이라도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게 표심이 많이 이동했다고 본다.”
―안 대표에 대한 젊은층 지지가 높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치권에 들어온) 지난 5년간 속된 표현으로 살아남으려고 정말 노력했다. 보통 사회적으로 업적을 이룬 명망가들이 정치권에 들어와 2~3년 버틴 경우도 보지 못했다. 난 나름대로 오랜 고민 끝에, 정치를 바꿔달라는 국민들의 열망의 도구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하고 들어왔다.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처럼, (안철수란 정치인이 어떤 일을 이루고 돌파할 수 있을까란) 증명이 필요했던 중장년층에선 지지율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 사람도 정치인 중에 한 사람이구나’ 생각한 많은 젊은 층이 실망한 것 아닌가 싶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에 반대하고 있는데.
“최소한 내년 2월 국회까지 개헌에 대해 합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거부해서 개헌 국민투표가 붙여지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이 심판받을 것이다.”
―개헌하면 권력구조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행정부 집행권뿐 아니라 인사·예산·입법·감사권 등 5대 권력을 다 갖고 있다. 이런 것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의원내각제는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땅바닥이어서 불가능하다. 우리 당 내부적으로는 이원집정부제(대통령은 외교·국방 등, 총리가 내치 등 담당)가 맞다고 보지만, 우리는 중재하는 당이기 때문에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소통 행보 때문 아니겠나. 전 정권이 잘못한 일이 많고, 국민과의 소통도 닫혀있었다. 그런 갈증을 풀어주는 탈권위주의 행보들이 국민의 마음을 샀다.”
―문재인 정부가 결국 성공할까.
“꼭 성공해야 한다. 정권이 실패하면 국민들이 피해자가 된다.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개혁 동력이 있다는 것이다. 동력이 있을 때 개혁행보, 일자리 만드는 행보를 이어가면 좋겠다. 제일 걱정되는 건 인사와 외교·안보 부분이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이 끝나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의 약한 체력도 드러날 텐데, 이것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문재인 정부에) 드리고 싶다.” 정리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반한국당 분명한 바른정당 의원들
정체성 다르지 않고 생각차이 없어 3당 선거연대 가능성은
한국당과 선거연대? 그럴 일 없어
한국당은 주변화돼야 한다고 생각 YS 3당합당처럼 범보수 후보로?
그 정도로 머리 나쁘지 않아
지방선거 잘 치르는 데 집중 문재인 정부 평가
문재인정부 꼭 성공하길 바라
걱정되는 건 인사와 외교안보 개헌 전망
내년 2월까지 국회서 합의안 모색
권력구조, 이원집정부제 맞다고 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TV>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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