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노동자 비하’ 발언 비난에 사과 기자회견
“‘밥하는 아줌마’ 표현은 ‘어머니’와 같은 뜻
공기처럼 특별한 존재감 없이 지키고 있는 사람
어머니 안 계신 날 밥상은 허전한 마음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 “가식적 사과”
“‘밥하는 아줌마’ 표현은 ‘어머니’와 같은 뜻
공기처럼 특별한 존재감 없이 지키고 있는 사람
어머니 안 계신 날 밥상은 허전한 마음이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 “가식적 사과”
급식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밥하는 아줌마들’은 어머니와 같은 뜻이다”라는 해명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들은 “가식적인 사과”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 또한 아이를 둔 엄마로서 학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다 보니 사적인 대화, 편한 대화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달하다가 다소 격앙된 표현이 나왔지 급식 조리사분들이나 영양사, 요양사 분들을 폄하하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라면서 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아이들 식판에 초라하게 담긴 반찬을 떠올리며 어머니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어릴때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이 잘못해도 밥은 먹여가며 호된 매를 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급식 노동자들을 표현한 데 대해 “최고 수준에 이르면 더 향상되지 않는다는 뜻이었고 국민의 세금으로 고용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생산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순화한 표현이 종사자 분들 입장에서 분명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저도 아줌마다. 그리고 엄마다”라면서 “어머니는 늘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늘 그 자리에 있는 분이었다. 늘 밥을 짓고 살림하며 살면서도 공기처럼 특별한 존재감 없이 지키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어머니가 안 계신 날의 밥상은 매우 허전하고 텅 빈 마음까지 느껴질 때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밥하는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제 마음 속 또 다른 의미는 어머니와 같은 뜻이다. 급식 조리사 분들이 많은 어머니들의 마음과 손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마음과 다르게 표현돼 많은 분들에게 상처를 줘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의원이 사과를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음에도, 부당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급식 노동자들의 파업을 ‘어머니가 안 계신 밥상’에 비유하는가 하면 어머니에 대해서도 “공기처럼 특별한 존재감 없이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등 부적절한 비유로 막말 파문의 본질을 흐리고 있어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다 마침 다음 기자회견 일정이 잡혀 있던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용순옥 서울지부장과 고혜경 수석부위원장은 “가식적인 사과다”, “엄마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어떻게 이런 막말을 할 수 있냐”,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냐”고 이 의원에게 항의했다. “급식실에 한 번이라도 가봤냐. 오늘 같은 날 한 시간이라도 서 있어 보라”는 이들의 항의에 이 의원은 “고생하시는 거 알고 있다”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에스비에스>(SBS) 기자와의 ‘사적 통화’가 기사화됐다며 반발하고 있어 이 역시 ‘본질 흐리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김동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적 대화를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입장을 확인 안하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에스비에스>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인허가권을 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닌가 싶어 문재인 정부의 방송개혁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기자들과의 통화는 모두 공적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이 의원이 사적인 대화라고 하니까 사적인 대화라고 믿고 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네이버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지시를 받았든 받지 않았든 제목을 딱 뽑아서 (에스비에스 첫 보도를) ‘미친놈들’이란 제목으로 올리니까 이 상황이 된 것”이라면서 “네이버가 제목을 그렇게 해서 윗 라인에 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급식 노동자들에 대한 막말 파문으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나오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들과 마주쳐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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