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동철 원내대표, 오른쪽은 이용호 정책위의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준용 채용비리 의혹 증거 조작’ 사건으로 국민의당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지만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는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그가 사실상 정치적 재기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 자체 진상조사단은 30일, 조작 자료를 만든 이유미(구속)씨가 지난 25일 안 전 대표에게 “두렵다. 죽고 싶다”는 호소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고소 취하에 힘써줄 것을 부탁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조사단에, 이 메시지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했고 답장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조작 자료를 당에 전달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이미 그 전날인 24일 같은 취지의 ‘구명 요청’을 받은 터여서, 안 전 대표의 해명을 놓고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박주선 당 비대위원장이 26일 ‘증거 조작’ 사실을 공개한지 닷새째인 이날도 측근인 김경록 전 당 대변인을 통해 “오늘 입장 표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대변인은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당의 적극적인 협조로 검찰 수사가 조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지금 판단 불능 상태”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 뒤 재기를 모색해왔으나, 당내에서는 이번 일로 안 전 대표의 미래가 어두워졌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대선 패배 과정에 이번 조작 사건까지 비춰보면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안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안철수 개인의 신상과 미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지금은 한가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책임론에 집중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유성엽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출연해 “아직 정확한 사실 관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안 전 대표의 책임 문제나 그 분이 어떻게 할 것인지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오는 8월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연기할지를 두고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도 ‘사전에 제보를 보고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박 전 대표 쪽은 보도자료를 내어 “박 전 대표와 비서관의 음성 통화기록을 조회한 결과 (조작 자료 기자회견 전후인) 4월30일~5월9일 사이 둘 사이 통화기록은 없었고, 박 전 대표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전화한 사실도 없었다”고 밝혔다.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디스팩트 시즌3#58_국민의당 증거 조작 사태, 파장은 어디로]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