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호소
대규모 이벤트 형식 피하고
‘학연 없어도 설움 안 겪는’ 등
국민 공모 문구 다듬어 넣어
동영상은 ‘모두함께’ 등 3편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 브리핑룸에서 세가지 버전의 동영상을 통해 대통령선거 공식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고민정 캠프 대변인.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24일 동영상으로 공개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출마 메시지는 ‘국민’ ‘정권교체’ ‘정의’라는 세 개의 열쇳말에 집약돼 있다. ‘정의로운 국가’를 향한 ‘국민의 바람’을 모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고, 이를 통해 ‘정의’와 ‘품격’이 살아있는 ‘존중과 통합의 공동체’를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출마선언에서 촛불 정국에서 분출된 시민들의 열망을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표현 안에 녹였다. 선언문은 이를 “정의가 넘치고”, “실패해도 재기가 가능하고”, “마지막까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나라”, “학연·지연 없어도 서러움을 겪지 않고”, “자신의 능력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나라”라고 풀어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 전 대표가 강조했던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의 다른 이름이다.
문 전 대표 쪽은 당내 경쟁자들보다 출마선언을 두 달 넘게 늦추면서, 대규모 이벤트 형식으로 행사를 치르는 것은 피하기로 일찌감치 방침을 정했다. 출마선언만 없었을 뿐, 누구보다 치밀하게 대선 행보를 밟아온 게 문 전 대표라는 사실을 의식한 것이다. 문 전 대표 쪽은 이날 발표한 60행 안팎의 출마선언문을 만들기 위해 1개월 전부터 지지자 5000여명으로부터 자신이 바라는 국가상을 온라인으로 공모받았다. 신동호 캠프 메시지 팀장은 “내용이 좋은 것을 골라 문구를 다듬은 것뿐이다. 출마선언의 작성자는 문 전 대표나 우리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다듬은 문구는 3가지 버전의 동영상으로 제작됐다. 문 전 대표가 직접 등장해 출마선언문을 읽는 ‘문재인편’, 전국 각지의 지지자들이 출연한 ‘모두함께편’, 재외국민들이 등장하는 ‘재외국민편’이다. 문 전 대표의 대선 ‘재수’가 ‘정치적 야심’ 때문이 아니라 ‘국민적 염원’에 부응한 결단임을 강조하는 한편, 재외국민의 정치적 권리를 부각하는 차원에서 동영상의 판본을 다양화했다고 한다.
동영상은 기획부터 촬영·편집 전반을 문 전 대표 측근인 이벤트 기획자 탁아무개씨가 맡았다. 캠프 관계자는 “애초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 메시지 형태로 출마선언을 하자고 했지만, 내부 논의를 거쳐 유통과 확산이 쉬운 동영상 클립 형태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정치연설의 교과서인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대중 연설 콘셉트 등을 참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캠프는 이날 전북 익산갑이 지역구인 3선의 이춘석 의원을 공동 특보단장에 임명했다. 이 의원은 앞서 특보단장에 임명된 민병두·김태년 의원과 함께 특보단을 이끌게 된다. 이 의원의 특보단장 인선은 호남 경선을 앞두고 텃밭 민심을 끌어안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