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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문·안·김 행보에 ‘야권 운명’ 걸렸다

등록 2015-12-23 21:40수정 2015-12-24 08:29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뉴스분석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3일 “정치는 대의와 명분”이라고 했다. 호남 민심을 거론하며 “저와 우리 당에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조기 선대위 출범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당내 공론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정도 처방으로 새정치연합 사태가 수습될까? 시간은 문재인 대표 편이 아니다. 임내현 의원(광주북을)이 이날 예정대로 탈당했다. 권은희 의원(광주광산을)의 탈당도 예고되어 있다. 문재인 대표가 즉시 사퇴하지 않는 한 호남과 수도권 의원들의 추가 탈당도 예상된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1일에는 “낡은 껍데기를 벗겨내는 고통을 감내해야 새살이 돋는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을 지키고 옳은 길을 선택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고 했다. 그가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당선된 것은 10개월 전이다. 10개월 동안 그냥 두었던 껍데기를 지금 벗겨내면 내년 4월 전에 새살이 돋을까? 정치인은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는 너무 무능하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김한길 의원이 탈당해 안철수 의원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중앙일보>가 이날 아침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김한길 의원 허남동 보좌관은 ‘김한길 측’ 코멘트로 써달라며 기자들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김한길 전 대표께서 아직 고심의 결론을 낸 것은 아닌 것 같다. 문재인 대표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김한길 의원은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보다 글로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글로 하는 정치’는 멋있지만 공허하다.

‘정치 무능’ 문재인
‘폼생폼사’ 김한길
‘차기 욕심’ 안철수
전·현 대표가 분열 상징

여당은 총선 200석 목표 상향
보수 기득권층 영구집권 우려

그가 문재인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가 뭘까. 김한길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패권정치에 등 돌린 동지들이 당을 떠나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패권체제를 강화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패권정치나 패권체제는 실체가 불확실하다. 김한길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이른바 친노세력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강한 사람이다. 반면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를 “영혼 없는 정치공작 전문가”로 폄하한다.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이후 뉴스의 중심인물로 떠올랐다. 신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자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야권분열 우려에 대해 그는 22일 대전에서 이렇게 답변했다.

“한 일간지는 이대로 가면 야당이 73석밖에 얻지 못한다는 참담한 결과까지 예상했다. 탈당 이후 오히려 야권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새누리당 지지층이 이반되고 있다. 무난하게 지는 길을 택할 것인가 특단의 조처라도 강구해서 온몸을 던져 제대로 한번 판을 바꿔볼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그는 탈당과 신당 창당의 명분으로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확장성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대신해 자신과 신당이 야권의 중심에 서서 야권의 세를 키운 뒤에 정권을 바꾸겠다는 논리다. 결국 2017년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얘기다. 정가에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 뒤 지지율 거품에 취해 다시 ‘대통령병’에 걸렸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와 정치 현실은 많이 다르다. 안철수 의원 주위에는 지금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신당이 야권의 확장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정치적으로 무능한 문재인 대표, 스타일리스트 김한길 의원, 대통령 욕심을 가진 안철수 의원 세 사람의 ‘밀고 당기기’는 야권을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일까. 야권의 이합집산은 내년 선거에서 야권의 세력 확장으로 귀결될까, 아니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귀결될까. 냉정하게 바라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2012년 대선 이후 당대표를 맡았던 세 사람은 야당사에 야권을 몰락시킨 ‘3인방’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야권의 카운터파트는 새누리당이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21일 ‘새누리 비전’ 창간 9주년 기념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권은 분열하고 있다. 우리 여권이 분열하지 않고 단결된 상태로 가면 선거는 무조건 이긴다.”

“이번 총선에서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180석을 얻어야 한다.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에서는 최근 야권분열로 내년 4·13 국회의원 선거 목표를 180석에서 200석으로 상향조정했으며 내년 선거 이후 개헌을 추진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 원로들 중에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보수 기득권 정당의 영구집권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야권의 몰락을 막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는 다양한 처방이 쏟아진다. 의원들의 탈당을 중단시키고 야권의 붕괴를 수습할 실마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어쨌든 문재인 대표의 사퇴와 비대위 구성은 불가피해 보인다.

언론 인터뷰나 코멘트를 극구 거부하는 당 원로에게 돌파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몇 가지 분석과 전망, 처방을 내놓았다.

“언론 환경이 이승만 박정희 시절보다 더 열악하다. 끊임없이 야권을 분열시킨다. 결국 안철수 신당은 호남 이외의 지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을 낙선시키는 역할에 그칠 것이다.”

“탈당을 자주 하는 사람은 결코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 대표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호남에서 자신에 대한 반대여론이 형성된 것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불합리하고 억울해도 일단 형성된 여론은 정치현실로 실재하는 것이다. 여론에 맞서려고 하면 안 된다.”

“비주류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표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서 그만둬야 할 것 같다. 내년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문재인당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압축하면 김한길 전 대표와 비주류 의원들은 탈당을 중단하고 문재인 대표는 명분을 세워 물러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관련 영상] 연대와 분립, 야권경쟁 막 올랐다/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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