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른쪽)과 무소속 박주선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김 의원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측근, 탈당 명분·신당 활로 고민 전해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의 수장인 김한길 의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그를 만난 한 의원은 “탈당 문제 때문에 요즘 김 의원 몸무게가 3㎏이 빠졌더라”고 전했다.
김 의원의 ‘공식적 입장’은 “문재인 대표의 답(사퇴)을 기다리는 중”이지만, 당내에선 그의 탈당설이 점차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문 대표가 끝까지 물러나지 않는 한 탈당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김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은 전한다. 김 의원의 한 참모는 “김 의원은 안철수 의원과 자주 만나고 통화하며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지난 22일 <엠비엔>(MBN)과의 인터뷰에서 “제 역할이 무언가에 대한 결론이 안 의원과의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결론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고심하는 것은 탈당 여부보다는 탈당의 명분과 신당의 활로를 모색하는 것에 쏠려 있는 듯하다. 즉 방법과 시기다. 김 의원은 최근 제3당에서 출발해 집권했던 영국 노동당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김 의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7년 의원 20여명과 함께 동반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을 꾸렸던 때와 사정이 다르다. 당시엔 대선을 앞두고 당 밖 세력과 합치기 위해 교섭단체를 꾸렸던 것”이라며 “지금은 총선을 코앞에 둔 의원들한테 탈당을 결심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가까운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원은 빨리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탈당하더라도 1월 중순께 신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완성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도탈당의 깃발을 드는 대신, 당분간 당내에 남아 문 대표의 퇴진을 계속 압박하며 자신을 포함해 비주류 의원들이 ‘명분있게’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줄 거라는 얘기다. 김 의원은 23일에도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러 의원들과 연쇄 접촉했다.
비주류 의원들의 경우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고심중인 최재천 의원을 제외하곤 아직 탈당의 결심을 굳히진 않은 상태다. 김 의원이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노웅래 의원은 “탈당 문제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누구누구랑 가깝다고 해서 결심할 일이 아니다. 지역구 사정 따라 다 다르다”고 말했다. 최원식 의원도 “난 가급적 당을 지키겠다. 그런데 며칠 새 지역구에서 탈당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대표 때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관영 의원은 “고민중이다. 지역 여론이 ‘김한길·박지원 나가면 함께 따라나가야 하지 않냐’는 게 높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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