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 탈당
안 의원에 끝내 신임 못얻고
비주류 포용 못한 채
“끊임없이 흔들어댄다” 격노
리더십 부족 드러내
안 의원에 끝내 신임 못얻고
비주류 포용 못한 채
“끊임없이 흔들어댄다” 격노
리더십 부족 드러내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정치력과 포용력 부족, 리더십의 부재도 더욱 도드라지게 됐다. 안 의원의 탈당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파국을 막지 못한 총체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탓이다. 무한책임이 요구되는 당의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열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막지 못한 가장 큰 책임은 문 대표 몫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3월 김한길 대표 등 비주류가 ‘새정치추진위원회’를 꾸려 신당을 추진하던 안철수 세력을 끌어왔을 때, 문 대표 등 주류세력은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안철수 세력을 끝내 포용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다시 내쫓은 꼴이 됐다.
문 대표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안 의원의 뿌리 깊은 불신을 덜어주지 못했다. 문 대표는 지난 9월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프레임”이라는 말로 안 의원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안 의원이 친노·486을 겨냥해 ‘낡은 진보’를 비판했다는 이유였다. 안 의원은 12일 밤 탈당을 만류하기 위해 찾아온 박병석·원혜영·노웅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나한테 ‘새누리당’ 운운할 수 있냐”며 격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를 제안했을 때도 안 의원은 진의를 의심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정권교체라는 명분 속에 대선 후보를 사퇴하고 문 후보에게 양보했는데, 문 대표는 고마워하기는커녕 필요할 때만 도와달라고 매달리는 것처럼 느꼈다는 게 안 의원 쪽의 얘기다. 안 의원은 평소에도 “문 대표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서운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새벽, 문 대표가 안 의원의 상계동 자택을 찾아왔을 때 안 의원은 “만나고 난 뒤에 문 대표는 늘 말이 달라졌다. 공개적으로 약속하지 않으면 못 만난다”며 깊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상황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도 크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 때 ‘친노 패권주의’가 문제라는 말을 들을 때면 “우리 당에 친노가 어디 있느냐. 그렇게 몰고 가는 언론 탓이 크다”며 안일한 인식을 보였다. 자신들을 쳐낼까 불안해하는 비주류들을 어르고 달래며 함께 가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흔들어댄다”며 노여워했다.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도 한참 지나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인 뒤늦게야 수용할 뜻을 비쳤다. 측근 총선 불출마 등 이른바 ‘읍참마속’ 조처들도 빛이 바랬다.
문 대표가 고심 끝에 결단한 ‘문안박 공동지도부’가 성사되지 못한 배경엔, 문 대표가 치밀한 전략 없이 덜컥 제안만 해버린 탓도 크다. 당내에선 문 대표의 정치력 부족을 지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문안박 공동지도부가 구성되려면 사퇴 수순을 밟아야 하는 최고위원들에게조차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고,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여론도 악화됐다. 만약 문 대표가 안 의원 쪽과 물밑 접촉을 충분히 하고, 최고위원들의 공감도 얻었더라면, 총선 승리라는 대의명분에 밀려서라도 안 의원은 문 대표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안 의원이 칼날을 품고 치고 들어올 만한 조건을 자초한 것도 문 대표다. 문 대표는 지난 2월 전당대회 이후부터 ‘당의 혁신을 위한 시스템’ 마련을 외쳤다. 하지만 전략공천 없는 시스템 공천의 결과는 4·29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 3곳은 새누리당에, 호남 1곳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에게 내주는 ‘전패’로 나타났다. 대표가 된 지 석달도 안 된 이 재보선을 기점으로, 문 대표에 대한 불안감이 당내에 번져가기 시작했고 비주류는 지도부 비판에 수위를 높여갔다. 취약한 리더십은 곧 호남 여론 악화로 이어졌고, 비주류는 “호남이 지지하지 않는 문재인으로는 총선에 이길 수 없다”며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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