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김영춘 부산 토크콘서트 현장
22일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를 탔다. 대구와 부산에서 도전 중인 김부겸, 김영춘의 토크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부산까지 2시간30분, 대구까지는 1시간50분. 그만큼의 공간을 이동하느라 두 사람이 버려야 했던 건 4선과 3선 의원의 안온함이다. 얻은 건 꺼칠해진 피부와 쉰 목소리?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궁금했다.
부산일보 강당은 평소 예식장으로 쓰이나보다. 의자까지 꽃술 장식이다. 오는 손님들에게 떡까지 나눠주니 잔치 분위기다. 200명이 넘어서자 사회자가 흥분했다. “김영삼 김대중에 이어 새로운 양김 시대를 열…” 진행자인 정희준 동아대 교수가 던진 첫 질문은 4년 전 처음 내려왔을 때 이야기다.
“2번이라고 인쇄된 명함을 주니까 받아든 할머니가 저를 보지는 않고 주변부터 두리번거리는 거예요. 다른 할머니들이 빨갱이랑 내통하는 걸로 볼까봐 걱정이 된 거죠. 일부러 모욕을 주려는 사람도 있었어요. 보는 앞에서 명함을 찢거나 던져버리는 경우죠.”(김부겸)
김영춘이 받는다. “아니 대구는 상도, 부산은 하도라고 하길래 대구는 예의범절이 훌륭한 분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닌가 보네? 그래도 부산은 대구보다 훨씬 낫습니다. 야당지지자도 많고 여론조사 해보면 대구보다 배는 더 많아요. 대구 생각하면 짠해요. ‘고향이 대구면 어쩔뻔 했노?’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춘이 많이 늘었다. 청중들을 울렸다 웃겼다 하는 솜씨가 제법이다. 행사 끝난 뒤 물어보니 “하도 밑바닥을 기다보니 나도 능구렁이 가 다 돼가나 보다”라고 한다.
‘왜 대구에 내려갔나?’는 질문에 김부겸은 “쪽 팔려서”라고 답한다. “평택에 정장선 의원있죠. 도의원 2번 국회의원 3번 하는 동안 한번도 선거에서 떨어진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해요. 헐레벌떡 달려가 물어보니 ‘언제까지 패싸움 할 건데? 인생에서 남는 게 뭐 있나. 정치한다고 패싸움 한 것 말고 뭐 남았나?’라고 하는 거예요. 창피합디다. 돌이켜보니 저도 국회의원 세번 하면서 꾀가 생겨 요령을 피워요. 봉급이나 축내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지역을 넘어서는 정치를 한번 해보자. 경상도 전라도 구분없는 정치를 하자. 제가 내년이면 환갑입니다. 이젠 결단을 내야죠. 환갑에도 못하면 집에 가야죠.”
행사장에 200명 넘게 오자 잔치 분위기
“새로운 양김시대를 열…” 소개로 시작 ‘왜 대구로 내려갔나’ 질문받은 김부겸
“쪽 팔렸죠…봉급이나 축내는가 아닌가…
더 늦기전에 지역 넘는 정치하자 결심” 바닥 기다보니 능구렁이 됐다는 김영춘
“우리 둘이 총선에 당선돼 서울 올라가
새정치 확 바꾸겠다” 발언에 박수갈채 뒷골목 삼겹살집으로 이어진 뒤풀이
부산의 밤은 왁자지껄하게 깊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지역감정이 흘러간 노래라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기차를 타고 오며 김부겸이 새로 낸 책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를 읽었다. 김부겸에게 최우선의 과제는 상생과 화합을 통한 ‘공존의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 판치는 대립과 분열을 없애려면 그 근원인 지역주의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일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뭘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반은 내 편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화제는 ‘정치의 분열’에서 ‘야당의 분열’로 넘어갔다. 둘 다 단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조금은 결이 달라보였다. 김영춘이 주로 비주류에게 책임을 물었다면 김부겸은 문재인 대표와 주류에게 더 큰 짐을 지웠다고나 할까. 김영춘의 말이다. “당의 분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보궐선거 졌다고 당 대표 된지 두 달 밖에 안 된 사람에게 사퇴하라는 건 상식이 아니다.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구동존이라고 하던가요? 차이가 있더라도 동지애로써 감싸야 한다.”
김부겸은 이렇게 말했다. “당 안에서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무슨 큰 변절자나 되는 것처럼 못박는 소리 그만 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 성질 하잖아요. 그래서 결기를 보일 때는 보이더라도 세력을 모으는 정치를 했다. 이번 기회에 갈라서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냥 귀싸대기를…”
여기는 부산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표의 고향이다. 문재인 대표에게 ‘포용하라’는 김부겸의 주문이 마음에들 걸리는가 보다.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명분없는 세력도 포용해야 합니까?”
“명분있는 세력만, 깨끗한 사람만 포용하면 딱 30석 하기 좋은 정당이 된다. 좀 틀리고 울퉁불퉁한 사람도, 가끔씩 뒤통수 치는 사람도 다 끌어안아야 국가운영이 된다. 우리는 사회적 자원이나 인재를 모을 수 있는 능력이 여당 보다 못하다. 다 끌어안아야 한다.”(김부겸)
질문이 이어지자 김영춘이 나서 정리를 한다. “우리 둘이 총선에서 당선돼 서울 올라가서 새정치민주연합 확 바꿔버리겠습니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주최 쪽의 뒤풀이 장소는 부산일보 뒷골목의 삼겹살집이었다. 답변이 미진했나 보다. 김부겸에게 질문이 이어진다. “문재인 대표가 언제까지 참아야 합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물었다. “포용할 때는 포용하더라도 혼낼 때는 혼을 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부겸 김영춘이 혼을 내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김부겸이 답했다. “아직은 조금 시간이 있습니다. 우선은 최대한 끌어안아야 합니다. 당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쳐야죠. 그래도 자꾸 시끄럽게 굴면 그땐 우리가 나설 겁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삼겹살이 지글거리고 소주잔이 부딪히기 시작하자 화제는 이내 내년 총선으로 넘어갔다. 누구는 “문재인 대표가 영도에서 김무성하고 싸워야 한다. 그러면 모든 관심이 영도로 모아지고, 호남 사람들도 문 대표를 다시 지지하게 될 거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이는 “해운대로 가야 한다. 안철수랑 같이 부산 동부벨트에서 선전하면 부산 18개 선거구 중 5~6개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삼겹살집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김영춘의 고등학교, 초등학교 친구들이 근처에서 따로 자리를 잡고 있었고, 김부겸의 부산 지지자들도 횟집에서 김부겸을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부산일보 뒷골목을 순례할 수 밖에 없었다. 김영춘의 부산동고 24회 모임을 따라가보니 동기회장이 이런 건배사를 한다. “영춘이가 처음 내려왔을 때는 3~4명 밖에 안 모였다. 그런데 오늘은 16명이다. 5배가 늘었다. 내년 선거 득표수도 5배로 늘거다. 건배”
김부겸은 지지자들이 술잔을 건넬 때마다 일어나서 받았다. 아예 습관이 됐나보다. 그는 “대구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당을 떠나서 ‘사람이 안 됐다’하는 말이 나오는 순간 끝이다”라고 설명했다. 매일 열잔 이상의 술을 받는데, 그나마 체력을 유지하는 건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지역구를 샅샅이 누비고 다니기 때문이란다. 김부겸은 그렇게 술잔을 받느라 대구행 차편을 끝내 놓쳤다. 한 지지자가 승용차 편으로 대구까지 실어날랐다. 부산의 밤은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깊어갔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김영춘 김부겸 토크콘서트. 김의겸 기자
“새로운 양김시대를 열…” 소개로 시작 ‘왜 대구로 내려갔나’ 질문받은 김부겸
“쪽 팔렸죠…봉급이나 축내는가 아닌가…
더 늦기전에 지역 넘는 정치하자 결심” 바닥 기다보니 능구렁이 됐다는 김영춘
“우리 둘이 총선에 당선돼 서울 올라가
새정치 확 바꾸겠다” 발언에 박수갈채 뒷골목 삼겹살집으로 이어진 뒤풀이
부산의 밤은 왁자지껄하게 깊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지역감정이 흘러간 노래라고 말한다. 과연 그런가? 기차를 타고 오며 김부겸이 새로 낸 책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를 읽었다. 김부겸에게 최우선의 과제는 상생과 화합을 통한 ‘공존의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 판치는 대립과 분열을 없애려면 그 근원인 지역주의부터 극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만 해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터무니없는 일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뭘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 반은 내 편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화제는 ‘정치의 분열’에서 ‘야당의 분열’로 넘어갔다. 둘 다 단결을 강조했다. 하지만 조금은 결이 달라보였다. 김영춘이 주로 비주류에게 책임을 물었다면 김부겸은 문재인 대표와 주류에게 더 큰 짐을 지웠다고나 할까. 김영춘의 말이다. “당의 분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보궐선거 졌다고 당 대표 된지 두 달 밖에 안 된 사람에게 사퇴하라는 건 상식이 아니다. 게임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구동존이라고 하던가요? 차이가 있더라도 동지애로써 감싸야 한다.”
김부겸, 김영춘의 토크 콘서트. 김의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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