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 왼쪽부터 주승용 최고위원,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청와대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년 총선에서 ‘친박’의 패권을 유지하고 대통령의 호위무사들을 대거 당선시켜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청와대가 공천 문제에 개입한 것은 자율과 책임의 ‘정당 정치’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을 청와대가 휴지로 만들고 여당 원내대표(유승민)까지 찍어냈던 사건이 바로 엊그제 일이다. 그땐 1998년의 ‘박근혜법’을 부정하더니 이번엔 ‘국민 참여 경선을 법제화하겠다’고 했던 대선 공약을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이어 “여야 대표간 합의에 딴지를 거는 것은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이며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발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청와대는 당장 공천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새누리당도 청와대의 압력에 굴복해 여야 대표간 합의를 스스로 뒤집는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청와대와 여당의 분란이 점입가경이인데, 분란의 본질은 내년 총선 공천권 다툼”이라며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공천권을 두고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가 여당의 공천에 관여하는 것은 유신 부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청와대는 선거 개입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배신의 정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낸 기억이 생생한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이런 다양한 방식을 구사해 의회정치를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퇴임 뒤 ‘상왕 정치’를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날 제안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2+2 회담’을 자신이 거부한 것과 관련해 “김무성 대표가 정상적인 당무를 하지 않아 회동의 전제조건이 돼 있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회담을 제안한 것은 뭔가 만들어진 것 같고, 어디서 요구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