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미묘한 입장 변화
지난 30일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관계자’를 겨냥해 “오늘까지만 참겠다”며 경고를 날렸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하루 만에 다시 ‘계속 참기’ 모드로 되돌아갔다.
김 대표는 1일 오후 청와대가 ‘현기환 정무수석이 여야 대표 회동 이틀 전인 지난 26일 김무성 대표를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했다’고 발표하자, “반대라는 표현은 기억에 없지만 ‘우려’한 것도 반대라고 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이것(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을 갖고 청와대와 공방을 벌일 생각이 없다”며 논쟁을 피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군의 날’ 행사와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소극적 시위’만 했을 뿐, 오전에 국회에 나와 일상을 소화했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또 청와대, 친박근혜계에 끌려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 주변에선 “이번엔 다르다”고 주장한다. 공천 룰 싸움은 장기전인 만큼, 당장 치받기보다는 ‘지구전 모드’를 택했다는 것이다. 내년 4월 총선 공천 룰을 둘러싼 청와대·친박계와의 대결에서, 김 대표가 핵심적 관건인 ‘전략공천 배제’ 소신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측근들은 말한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취임 이래 상하이 개헌 발언,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 등의 주요 국면마다 청와대에 자신의 뜻을 굽혀온 바 있다.
‘국군의 날’ 행사 등 오전 ‘불참 시위’
국회에 나와 일상 소화
“이번에도 끌려가나” 관측 나와 공천문제는 명분·여론 모두 유리
측근들 “이번엔 결기 다르다” 주장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게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전과는 결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 의원은 “전략공천 배제라는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그동안 참아온 것”이라며 “이 점에선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가 전략공천을 허용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당내에선 공천 룰 갈등은 ‘유승민 사태’ 당시와 달리 김 대표가 명분과 지지세를 더 갖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맞설 조건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법 거부 및 유승민 찍어내기’ 사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관점에서 볼 때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주장을 수긍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이번엔 청와대가 당 고유 영역인 공천 문제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명분이 떨어지고 의원들의 거부감도 크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유승민 사태’는 엄밀히 보면 유승민 개인 일일 수도 있지만, 전략공천 문제는 의원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여서 의원들 다수가 (그때와는 달리) 김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김 대표와의 확전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와 청와대가 공천 문제를 놓고 언론을 통해 ‘진실공방’을 벌인 것 자체가 양쪽의 감정의 골을 더 깊게 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대응을 참아야 한다”면서도 “당의 공천 문제를 청와대가 ‘된다’, ‘안 된다’고 한 것을 공개하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계속 참기’ 의지에도, 지지율 50% 수준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 문제를 직접 언급하거나 친박계가 공세를 키울 경우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켜낸 상태였다면 이번 국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서는 독자적으로 방어해낼 힘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전략공천을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청와대·친박계와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국회에 나와 일상 소화
“이번에도 끌려가나” 관측 나와 공천문제는 명분·여론 모두 유리
측근들 “이번엔 결기 다르다” 주장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게 그냥 한 말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전과는 결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다른 측근 의원은 “전략공천 배제라는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그동안 참아온 것”이라며 “이 점에선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대표가 전략공천을 허용하는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당내에선 공천 룰 갈등은 ‘유승민 사태’ 당시와 달리 김 대표가 명분과 지지세를 더 갖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맞설 조건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법 거부 및 유승민 찍어내기’ 사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관점에서 볼 때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주장을 수긍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이번엔 청와대가 당 고유 영역인 공천 문제에 노골적으로 개입해 명분이 떨어지고 의원들의 거부감도 크다는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유승민 사태’는 엄밀히 보면 유승민 개인 일일 수도 있지만, 전략공천 문제는 의원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여서 의원들 다수가 (그때와는 달리) 김 대표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김 대표와의 확전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와 청와대가 공천 문제를 놓고 언론을 통해 ‘진실공방’을 벌인 것 자체가 양쪽의 감정의 골을 더 깊게 한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대응을 참아야 한다”면서도 “당의 공천 문제를 청와대가 ‘된다’, ‘안 된다’고 한 것을 공개하는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계속 참기’ 의지에도, 지지율 50% 수준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 문제를 직접 언급하거나 친박계가 공세를 키울 경우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김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지켜낸 상태였다면 이번 국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서는 독자적으로 방어해낼 힘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전략공천을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청와대·친박계와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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